
각국 정부가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으로 분주하다. AI가 생산성 향상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AI G3 도약'을 내걸고 AI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바우처 지급, 연구개발용 GPU 지원 및 공공데이터의 재가공·공개와 같은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설립의 법적 근거도 마련함으로써 단순한 데이터 보관을 넘어서 경제사회를 작동시키는 AI 서비스 인프라가 원활히 제공될 수 있게 됐다.
유념할 점은 과거 개발국의 경험이 오늘날 AI 정책에서 타성으로 되살아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성공의 기억과 세트주의적 과잉 설계가 결합하면 정부는 강한 산업 개입 유혹에 빠져 오히려 민간 시장을 잠식하거나 경쟁·혁신을 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학계·스타트업의 연구 환경 문턱을 낮추어준다지만, 대규모 공공 GPU와 AI 데이터센터가 민간 시장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공공·민간 역할을 철저히 구분하고, 활용률·배분 기준·이용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의 선두 주자 선정도 마찬가지다. 국산 거대언어모델(LLM) 육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미 미국발 빅테크의 LLM이 세계 범용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나 수요를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SK텔레콤의 에이닷, 카카오의 카나나, 네이버의 AI 브리핑·탭처럼 기업이 각자의 상황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 자체가 자연스러운 시장흐름이다. 물론 공공·안보·금융·통신 같은 필수 기능을 항시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운영 역량은 필요하다.
AI 교육 투자는 깨진 독에 물 붓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AI가 기존 업무를 대체하고 기업의 신규 채용 방식이 바뀌는 상황에서, 단순한 교육 확대만으로는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기는 어렵다. 핵심은 얼마나 많이 교육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시장과 기술 병목을 겨냥해 인력을 키우느냐다. 정부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우리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틈새시장이 무엇인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어떤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지, 원활한 사업 전개를 위해 어떤 법적 근거가 필요한지를 살피는 일이다. 교육·연구도 불확실하지만 성공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후발 회사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선투자와 같은 다음 패러다임에서 기회를 잡은 것이라든지 엔비디아 생태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기 위한 AI 인프라 연결·가속 플랫폼과 같은 틈새 분야가 사례가 될 수 있다.
진흥책은 펌프로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한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어야 한다. 정부는 AI 산업의 한가운데서 승자를 고르고 방향을 지시하는 선도자가 아니라, 측면에서 민간이 실험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병목을 풀어주는 조력자여야 한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