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년 동안 60억여 원을 투자해 2002년 국내 최초로 공병검사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국내 한 중소기업은 연 2조7680억원 규모의 중국 시장을 놓고 일본 K사와 경쟁을 벌이던 중이었다. 약 4년 전 이 회사 임원으로 재직하던 A씨(43)는 "내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2008년 1월부터 A씨가 출근한 곳은 자신이 만든 기업이 아닌 바로 일본 경쟁업체 K사였다. 그는 회사에 남아 있던 B씨(37)에게서 영업비밀을 빼내 K사로 이직하도록 했고 이 과정에서 공병검사장비 개발 기술 및 마케팅 정보가 유출됐다. 피해액은 향후 5년간 4000억여 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2. 2009년 중소기업 D사는 `저밀도 폴리우레탄 폼` 제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휴대전화, LCD TV 등 전자제품에 방진, 방습, 충격 흡수 등 용도로 사용되는 `패킹`을 만드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5~6개 업체에서만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이 회사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던 C씨(49)는 회사 대표와 갈등을 빚다 이직을 결심한 뒤 자신이 알고 있던 관련 기술의 개발과 영업비밀을 대만 G사에 넘기고 300만달러를 투자받아 국내에 동종 업체를 설립했다. D사 예상 피해액은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산업기술 유출 사건 적발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술개발자가 단순히 돈을 받고 기술을 넘기는 형태보다 기업 임원이 직접 기술을 빼돌려 경쟁사로부터 투자금을 받거나 더 높은 연봉을 받고 경쟁사 임원으로 입사하는 `배신형` 기술 유출 범죄가 늘고 있다.
경찰청 외사국은 10일 "올해 1분기 산업기술 유출 사건 17건을 적발해 82명을 검거했다"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적발한 산업기술 유출 사건(6건)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수치"라고 밝혔다. 또 빼돌린 기술을 가지고 이직한 사례는 지난해 같은 기간 1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9건이나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중 외국 유출 사건은 7건으로 전체 41.2%에 해당하는 수치다. 상습 유출 지역인 중국이나 동남아시아권 국가 외에 일본이나 미국 독일 스페인 등 선진국으로도 유출됐다.
지방청별 검거 실적은 서울(5건)ㆍ경기(6건) 등 자본과 기술이 집중된 수도권 지역에서 전체 검거 사건의 64.7%를 차지했다.
경기지방청은 지식경제부 산업기술로 고시된 `천장형 원적외선 복사난방 패널 제조 기술`을 빼돌려 스페인으로 유출하려 한 전 영업본부장 등 5명을 검거했다. 피해 업체는 25개국으로 수출하는 연매출 100억원 규모의 회사로 기술이 유출됐을 때 피해액은 500억원으로 예상했다.
부산지방청은 `고체 에어로졸 소화기 제조 기술`을 유출해 경쟁 업체와 같은 제품을 제작하려 한 피해 업체 전 과장 D씨(35)를 구속하고 9명을 입건했다. 피해 업체의 앞으로 3년간 매출 예상액은 600억원으로 불법으로 유출한 기술을 토대로 시제품을 실험하다 폭발 사고가 일어나 1명이 숨지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11일부터 본청 통합민원전화(1566-0112)를 `산업기술피해 신고ㆍ상담` 전화로 활용할 예정이며 핵심 기술 보유업체를 `중점 보호업체`로 지정해 기술 유출 대응 교육 및 피해 발생 시 수사인력 우선 투입 등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매일경제 고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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