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스마트폰 깔렸는데도…손님 `뚝`

"스마트폰은 어차피 오래 쓴 사람에게 주는 할인 혜택이 없으니 해지하고 재가입하세요. 번호 그대로 따면서 갤럭시S 공짜로 주는 데도 안 살 겁니까."

지난 9일 토요일 오후 서울 용산 나진상가 아케이드. 웬만한 스마트폰이 공짜인 데도 손님은 뜸했다.

휴대폰 대리점이 수십 개 일렬로 늘어서 있는 이곳이지만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대리점이 대부분이었다. 손님을 끌기 위해 대리점 바깥으로 직원이 나와 있지만 끌려갈 손님이 없었다.

통신요금 인하, 휴대폰 출고가 인하, 제조사의 휴대폰 직접 판매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일선 대리점까지 여파가 미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3개 부처가 만든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가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어선 지금도 좌고우면하면서 요금 감면 정책을 확정하지 못하는 사이에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대리점 직원은 "요금이 내려가고 출고가가 낮아진다고 하는데 소문만 많지 발표는 안 나니까 손님이 안 온다"고 말했다.

그나마 잘 팔린다고 추천하는 제품이 LG전자 옵티머스 2X, 모토롤라 아트릭스, 팬택 베가S 정도다. 삼성은 갤럭시S가 `무난`해서 꾸준히 나가는 편이지만 넥서스S는 `거의 안 팔린다`고 했다. 보통 국산 폰의 배터리는 2개인데 넥서스S는 배터리가 1개라는 점, 한국화된 앱이 안 깔려 있다는 점 등을 대리점에서는 이유로 꼽았다.

국내외 휴대폰 제조사들이 올해 전략 제품으로 내세울 신형 스마트폰이 곧 나온다는 기대감도 4월 용산을 잔뜩 움츠리게 만들고 있다. 신제품에 대한 대기 수요로 지금 나와 있는 제품이 안 팔리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 삼성 갤럭시S2는 이달 말, LG전자 저스틴(가칭)과 옵티머스 블랙은 다음달 초, 아이폰5는 6월 말 이후 출시될 예정이다.

`잔혹한 4월`을 겪다 보니 자구책도 생겨났다.

바로 3년 약정. 태블릿만 3년 약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웬만한 대리점에서는 스마트폰도 3년 약정이 가능했다. 스마트폰은 현행 의무약정 기간이 2년으로 제한돼 있지만 가본 대리점 10여 곳에서 3년 약정이 가능했다.

3년 약정을 걸면 모든 최신 스마트폰이 공짜폰이 된다. 이제 막 나온 모토롤라 아트릭스, LG 옵티머스 2X, 팬택 베가S 모두 예외가 없다. 신형 스마트폰 출시 주기는 점차 짧아지는데 보조금, 할부금 등이 팽배한 기형적 통신시장 구조에서 약정 기간만 늘어난 셈이다.

대리점 직원들은 아이폰이나 블랙베리 같은 외국산 폰보다는 국산 폰을 권했다. 아이폰이나 블랙베리는 팔아도 대리점에 떨어지는 돈(보조금)이 없다. 아이폰4 16GB(기가바이트) 모델의 경우 출고가(제조사가 이통사에 넘기는 가격)가 81만4000원가량으로 이통사를 옮기지 않을 경우 2년 약정에 한 달 8800원 정도다.

국산 폰은 소비자가 원하면 최신 스마트폰을 실제로 만져 보고 구동해 볼 수 있는 반면 아이폰은 `목각폰(Mock-up의 변형)`이라고 불리는 가짜 휴대폰만 전시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새 제품을 대리점 전시용으로 `낭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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