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LG그룹 SCM 혁신 가속 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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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부터 다시.”

 LG그룹 전기·전자 계열사들은 지금 공급망관리(SCM) 혁신 삼매경에 푹 빠졌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과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업체로 재도약하겠다는 의지가 그 배경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가 강한 의지로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느 때보다 비장한 기운도 느껴진다.

 가장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회사는 LG전자다. 지난해 하반기 LG전자는 두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3분기 재고자산은 7조245억원으로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늑장대응이 무엇보다 큰 요인이었다. 시장 수요에 대한 예측도 제대로 못했고, 실행력은 최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급박한 수요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었던 덕분에 비교적 선방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하게 진행해온 SCM 혁신 프로젝트로 단련한 ‘체력’이 중요한 힘이 됐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결국 ‘정확한 수요 예측→신제품 적기 출하→생산 최적화’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실하게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비용 절감을 넘어 전반적인 생산·판매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올들어 전사 SCM 혁신을 진두지휘하는 이유다.

 이런 위기의식은 LG디스플레이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LCD 패널 가격이 30~40%나 하락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델·HP 등 글로벌 고객사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SCM 수준을 고도화하지 않으면 또 다시 위기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과 부품거래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LG이노텍도 글로벌 B2B 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수요예측과 제품 공급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핵심 관건으로 떠올랐다.

 

 #LG전자, 구 부회장 진두지휘 속 본부별 SCM TF 활동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변신을 꾀하는 곳은 LG전자다. 올해 LG전자는 4개 사업본부에 본부장 직속 SCM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단계적 의사결정 체계를 중시하던 LG전자가 직속 보고 체제로 운영되는 조직을 만든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것이 내부 평가다.

 이 조직에 주어진 임무는 판매부터 생산까지, SCM의 전반적 경쟁력을 다시 점검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TF 활동은 2개월에 한번씩 사업본부장에게 보고된다.

 LG전자가 SCM TF를 신설한 것은 현재의 SCM 수준이 삼성전자보다 뒤처져 있는데다 ‘1등 LG’를 위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급히 갖춰야할 역량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MR리서치가 지난해 발표한 ‘글로벌SCM 톱25’ 순위에서 애플은 1위, 삼성전자는 7위에 랭크된 반면 LG전자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본부별로 판매 및 생산계획부터 물류 등 공급망 전 범위에 걸쳐 문제점을 파악한 후 개선과제를 도출해 ‘맞춤형’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진행현황은 구본준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구 부회장은 올초 임원 워크숍에 SCM 전문가를 직접 초빙하기도 했다. 이 전문가는 다름아닌 종합식품기업 대상의 박성칠 사장이다. 삼성전자에서 SCM 혁신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자 프로세스 체계에서 시스템까지 꿰뚫고 있는 ‘멘토’ 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계획대로 실행’하는 체계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CEO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LG디스플레이, 올해 2단계 SCM 프로젝트 완료

 LG디스플레이는 대대적 SCM 혁신을 위해 지난 2009년 하반기부터 ‘드림(Dream) SCM’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3단계 계획하에 프로세스에서 시스템에 이르는 광범위한 개선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권영수 사장(CEO)의 지원 아래 정호영 부사장(CFO)이 직접 주도하고 있는 전사적 프로젝트다.

 초창기 ‘SCM 1.0’으로 불렸던 1단계 SCM 프로젝트에 이어 ‘SCM 2.0’ 프로젝트가 올해말 완료된다. SCM 1.0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약 1년동안 일주일마다 한 번씩 열리는 회의에 정호영 부사장이 직접 참석해 시스템 구축 상황까지 꼼꼼히 점검하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특히 LCD 장치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LED TV·모니터·스마트폰 등 짧아진 제품 수명주기에 대응해 애플, 델, HP 등 전 세계 굴지 IT기업과 수요계획을 긴밀하게 공유하면서 부품 공급망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이어졌다.

 이진규 LG디스플레이 업무혁신센터 SCM팀 부장은 “1단계 프로젝트 결과 모든 조직이 ‘단 하나의 계획안’에 의거해 전 세계 물동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며 “긴급 운송이 줄어들고 재고의 정확도가 개선됐다는 점이 눈에 띄는 효과”라고 소개했다.

 LG디스플레이는 13주치에 대한 주 단위 ‘단일 계획(Single Plan)’을 수립하면서 긴급 주문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고객에게 ‘언제까지 이 제품을 납품할 수 있다’고 약속하는 납기 회신 시간을 줄이고, 자재 조달 현황을 한 눈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올해의 주요 현안은 협업포털 등을 통해 다양한 패널 구입 고객의 정보를 빠르게 자재 공급으로 연계할 수 있는 B2B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LG이노텍, 올해 주단위 S&OP 전 사업부 정착 목표

 LG전자에 앞서 박성칠 대상 사장이 사사한 LG 관계사가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LG이노텍이다.

 LG이노텍은 부품 기업의 특성에 맞는 SCM 프로세스 개선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과거 마이크론과 합병 이후 SCM 표준 프로세스를 정립하면서 시작된 SCM 혁신활동이 이제 전사 확산을 앞두고 있다. 허영호 LG이노텍 사장(CEO)이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SCM을 강조하고 있고 박희창 상무(CFO)가 직접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사업부별 목표 달성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디스플레이&네트워크(DN)사업부에 시범적으로 주 단위 판매생산계획(S&OP) 프로세스를 적용한 데 이어 주 단위 S&OP 프로세스를 전 사업부에 정착하는 것을 목표로 이를 주관하는 사업부별 조직을 신설했다.

 김형동 LG이노텍 SCM그룹장은 “조직명과 단위는 사업부별로 다르지만 S&OP 운영체제로 전환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조직을 만든 것”이라며 “기존에는 월 단위로 이슈 중심의 단발성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제는 주간으로 계획 대비 실행 여부를 분석하고 문제를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OP 회의에는 각 사업부의 사업부장 등 책임자급이 직접 참여해 문제점을 함께 점검하고 즉시 대응하도록 했다. 매주 수·목요일 이틀간 열린다. 수요 예측을 강화하기 위해 ‘디맨드플래닝(Demand Planning)’ 조직을 신설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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