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비용 절감에만 주력하던 차이완 전자제품제조전문기업(EMS)들이 지금은 하이테크 장비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애플이 불러온 스마트 빅뱅이 대만 산업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은 셈이죠.”
대만 최대 산업용 컴퓨팅 및 제조 기업인 어드밴텍의 채니 호 사장은 ‘애플 효과’가 차이완 EMS뿐만 아니라 장비 및 계측기 업체들의 수준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말했다.
애플이 EMS 업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대만은 한국 못지않게 애플 협력사들이 많은 국가다. EMS를 포함한 대만 협력사들은 애플이 요구하는 기술 및 공정 수준에 맞추기 위해 초정밀 하이테크 장비를 점차 많이 구매하는 추세다.
폭스콘·렌즈테크놀로지·대흥화건정·대립광전·ATL 등 대만 애플 협력사들은 세계 하이테크 장비 및 테스트기 업계에서 이미 큰 고객으로 부상했다.
에이서·아수스·델 등 노트북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패드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들 업체의 제조 부문을 담당하는 차이완 EMS들도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피처폰 및 넷북 제조 물량이 점차 줄어든 영향도 컸다.
폭스콘은 노키아의 피처폰 물량이 줄어 영향을 받고 있고, 아리마도 LG전자 피처폰 물량 감소로 기존 사업이 주춤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EMS 업계에서 가장 큰 부문인 노트북 시장도 스마트폰 및 스마트패드의 영향을 받고 있다. 매년 20% 성장률을 기록했던 노트북 시장은 지난해 8% 성장에 그쳤다.
이에 따라 EMS들은 대만을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연구·제조 지원을 위한 중심 거점으로 육성해 스마트 기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리마는 지난해까지 피처폰만 생산했지만, 올해는 스마트폰 및 스마트패드 비중을 절반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다. 아리마는 수량 기준으로 폭스콘보다 많은 휴대폰을 제조하는 EMS다. 하반기부터 주요 고객사들이 스마트폰을 본격 생산하기 때문에 물량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피처폰 물량 계획은 전년보다 25% 정도 낮은 수준으로 잡았다. 폭스콘, 큐스다 등 EMS들도 4분기부터 스마트폰 제조 물량을 급격히 늘릴 계획이다.
요크 첸 아리마 개발본부장은 “올해가 EMS업체들이 스마트패드를 생산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하반기로 접어들면 EMS업계에서 스마트폰 및 스마트패드 비중은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완 EMS들이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지난해부터 대만에서는 SW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에 적용되는 부품은 높은 수준의 SW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 업체들의 연구 조직 확대 경쟁이 진행되면서, SW 연구인력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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