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어카운트는 지난해 출시된 상품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5000억원에 불과했던 자문형 랩 규모는 올해 초 5조원까지 불어났다. 10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전체 랩어카운트 규모 역시 4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랩어카운트의 흥행 비결로는 투자자가 자신의 투자에 맞게 전문가를 선택하고 운용 과정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것과 높은 수익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증권사들도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 관리 수단으로 랩어카운트 시장을 활용하면서 파이가 커졌다.
◇랩, 해외 시장까지 겨눈다=올해 역시 랩 시장에 대한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장 초반 랩 열풍에 대한 관심과 대항마로 꼽히는 펀드 약세, 증권사의 주력 전략 강화를 흥행 지속의 이유로 꼽고 있다.
증권사가 앞다퉈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면서 랩 상품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 국한됐던 투자 대상이 미국, 중국, 남미 등으로 다변화하면서 투자자의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있다.
삼성증권이 내놓은 중국과 미국 주식 투자 상품이 대표적이다. 삼성증권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 경기회복이 진행되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주식에 투자하는 랩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해외주식형펀드의 비과세가 종료되면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양도세로 분리 과세되는 해외 랩 상품 판매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과거 중국의 성장 모멘텀이 수출과 투자였다면 금융위기 이후 과잉투자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고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향후 내수 소비 강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구조적 변화는 대표적인 내수 소비업종인 생활가전, 백화점, 럭셔리, 교육 등 중국 소비재시장이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부각할 것이란 예측이다.
미국 경제의 재건을 위한 핵심 원동력인 신성장 기술 테마도 삼성증권이 내놓은 랩 투자상품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친환경 자동차, 바이오제약,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10~15개 내외의 핵심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높은 기대 수익률을 추구한다. 삼성증권은 4월 초 순수 운용사로 세계 최대자금을 운용중인 미국 레그메이슨의 자문을 받는 미국 중소형주 투자 랩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소비재 관련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컨슈머 랩어카운트’ 상품을 2011년 유망상품으로 추천한다. 이 상품은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해외주식 거래시스템을 통해 장기 성장이 기대되는 전세계 컨슈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해외 주식투자랩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 현지법인에 위탁해 운용된다.
이종필 미래에셋증권 영업추진본부장은 “최근 전세계 소비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성장하는 글로벌 컨슈머 섹터 주식에 해외 전문가를 통해 직접 투자하면서 동시에 절세효과를 누릴수 있는 VIP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수익률 함정 경계해야=전문가들은 랩 상품을 고를 때 과거 수익률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어 과거 수익률이 곧 미래의 안정적인 성과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문사의 투자 패턴을 파악하고,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랩 성공 투자의 관건이다. 주식을 위주로 담는 랩은 주가 하락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게 단점인 만큼 헤지 전략을 어떻게 구사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포트폴리오 내 현금 보유 비중 조절이 아닌, 주식이 기초자산인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활용해 주가 하락 위험에 대비한 상품, 헤지펀드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정재훈 동양종금증권 골드PB센터 과장은 “최근 랩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종목 선택이나 자문사 선택을 잘못할 경우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다”며 “지수의 추가 상승이나 하락 반전 가능성 둘 모두 염두해두는 헤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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