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인터넷 시장을 포털이 과점하고 있다면 모바일 시장은 애플리케이션(앱)들이 우후죽순 겨루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모바일 시장에서도 앱들이 포털을 지향하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벤처기업 키위플은 ’사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표방하는 앱 ’오브제’를 포털로 바꾸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브제는 카메라로 비춘 실제 세계에 가상의 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인 증강현실과 SNS를 결합한 서비스다.
오브제 사용자는 다른 SNS와 달리 마음에 드는 사물을 등록해두고 그 사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교류하게 된다. 오브제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사물과 관련된 정보가 모이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사물과 관련된 정보가 일정 수준 이상 축적되면 나중엔 특정 사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려고 하는 사업자들이 오브제로 자연스럽게 오게 된다는 계산이다. 이를 활용해 마케팅, 광고 비즈니스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TH의 위치기반 SNS 앱인 ’아임IN’도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플랫폼을 지향한다. 전국 각지의 매장과 제휴해 아임IN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이용한 각종 마케팅, 홍보를 할 수 있게 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다.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인기 앱 대부분이 플랫폼이 되려고 하는 건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플랫폼을 보유한 사업자에게만 돈과 영향력이 쏠리는 현상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털 다음도 모바일 메신저 앱 ’마이피플’에 무료 통화가 가능한 전화 기능을 탑재했다. 이 기능을 넣은 지 20일 만에 가입자가 100만명 늘었다. 마이피플을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가 공유하는 모든 정보가 전달되는 통로로 만들겠다는 게 다음의 계획이다.
일반적인 모바일 메신저의 채팅, 그룹채팅 기능에 더해 무료통화, 음성쪽지, 다음맵과 연계한 장소 공유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바일 인터넷의 모든 메시지가 마이피플로 모이면 다른 인터넷 사업자들도 마이피플과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밖에 없다.
트위터는 한때 다양한 군소 사업자가 응용프로그램(API)을 이용한 외부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이었지만 최근 광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동영상, 그림보기 등 외부 서비스가 제공하던 기능을 자체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엔 외부에서 트위터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했다.
결국 인기 앱이 독자적인 플랫폼이 되려고 하는 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생존전략이다.
하지만 하나의 앱이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건 쉽지 않다. 외부 개발자와 사용자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야 하고 특히 외부 사업자, 개발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일경제 최순욱 기자 @wook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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