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침몰의 가장 큰 책임이 감독당국에 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문제가 곪아터지지 전, 원인까지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진 감독당국의 ‘제때 대응’이 있었다면 사태가 이처럼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다.
또,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부실 경로를 차단할 수 있는 ‘제대로’된 제도 집행만 이뤄졌더라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저축은행 오너나 일부 임원들의 전횡에 대해 ‘엄정한’ 제재만 가해졌더라도 그 수많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아도 됐다.
당국의 책임론이 비등하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는 지난달 뒤늦게 ‘저축은행 경영 건전화를 위한 감독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직접 검사제도 도입 등 각종 규제 수위를 은행 수준으로 높이겠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 또한 ‘사후약방문’이란 지적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당국이 이미 작년부터 인지 조사나, 검사를 통해 부실가능성을 알았다면 그 때부터라도 강력한 제재를 통해 일벌백계했어야 했다”며 “저축은행들이 불법대출, 꺾기, 횡령, 오너 사금고화 등을 일삼는 데도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는 말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불법을 자행한 경영진에 대해 ‘구속 수사 원칙’만 적용됐어도 부실이 도미노처럼 전파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끼리는 쉬쉬하면서도 여신·대출 등 각종 영업방법에선 전파력이 굉장히 빠르다”면서 “불법 요소에 대해 엄포가 아니라, 실제 강도 높은 제재가 가해지면 단속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제재의 칼날 앞에 선 저축은행 내부에선 땅에 떨어진 신뢰에다 자생력, 경쟁력을 키울 만한 시장 환경 조성에는 전혀 가망이 없어지면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고 있다. 게다가 예금 피해자 문제 앞에선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감독과 규제를 높이겠다는 의지만 있지,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지에 대해선 언급도, 계획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의 구조조정 논의도 인수합병(M&A)에 쏠려있을 뿐, 자생력 기반 조성은 거론조차 안 되고 있다.
이번주 금융당국이 발표할 예정인 ‘서민금융활성화 대책’에도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은 들어가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과세 예금상품, 펀드, 방카슈랑스 판매 등 지원책을 넣으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이번 대책에는 저축은행의 새로운 먹거리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고 확인한 바 있다.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사태 해결이 늦어지면서 불만이 높고, 실기를 한 감독당국은 엄포만 늘어놓을 뿐 경쟁력 제고에 대해선 전혀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이진호·박창규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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