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원 부품소재]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가장 늦었지만 박수는 가장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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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초 대만 웨스틴 타이베이 호텔에서 개최된 ‘삼성모바일솔루션(SMS)포럼’ 행사에는 한국 기자 못지않게 대만 기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삼성전자가 주요 거래기업을 초청해 새로운 모바일 트렌드와 반도체 신기술을 공유하는 행사인 SMS포럼 행사에 초청받은 대만 기자들은 삼성전자의 발표 내용 하나하나를 일일이 기록하는 등 국내 기자보다도 오히려 부산한 모습이었다. 이후 기자간담회가 이어지자 대만기자들은 ‘파운드리 사업 전략은 어떠한가’ ‘TSMC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시스템반도체 사업 목표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그들의 질문에는 미래 대만 시스템반도체 및 파운드리 산업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여겨지는 삼성전자에 대한 경계심이 숨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잠룡으로 주목돼 온 삼성전자가 드디어 시스템반도체 사업 날개를 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7조원의 매출을 거둔 데 이어 올해는 10조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7조원의 매출은 메모리업체를 제외한 시스템반도체 업체 순위로는 9위권에 해당된다. 지난해 성장률은 무려 69%에 이른다. 메모리 생산보다 10년 앞선 지난 1975년 LED 전자손목시계용 IC를 처음 양산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발을 들여놓은 지 35년 만에 10위권에 처음 진입한 셈이다.

 올해 10조원의 매출을 기록할 경우 인텔, TI, 르네사스, ST마이크로에 이어 5위 내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삼성전자 시스템 사업이 7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있어서 일등공신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로 불리는 다기능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수식연산이 기본인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능에 영상 및 음성 처리기능까지 갖춘 시스템반도체다. 스마트폰 붐으로 휴대폰에도 PC와 같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기능이 요구되면서 지난 2008년부터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부터 AP 사업을 시작, 내비게이션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스마트폰용 AP에서도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갤럭시S, 아이폰3 등에 모두 삼성전자 AP가 사용된다. 최근에는 1㎓ 듀얼코어를 적용한 AP까지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 싱글코어 제품에 비해 3차원 입체영상 그래픽 성능과 인터넷 처리속도가 각각 5배, 2배 이상 향상돼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게 설계됐다. 갤럭시S Ⅱ에 처음으로 적용돼 시장에 첫선을 보이게 된다. 메모리 공정과 비슷한 휴대폰용 CMOS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사업도 1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고화소 사진 및 풀HD 동영상 촬영을 요구하는 시장 트렌드에 따라 800만, 12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잇따라 발표했다. 또 빛을 받아들이는 화소를 작게 만드는 픽셀 사이즈 축소기술과 이미지센서의 감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이면조사형(BSI) 기술에서도 선두그룹에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또 다른 축은 파운드리(위탁생산대행) 사업이다. 파운드리는 팹을 갖추지 못한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제품 생산을 의뢰받아 생산을 대행하는 사업으로 반도체 분야 가운데 가장 성장률이 높다. 삼성전자는 애플, 퀄컴, 자일링스 등과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해 제품을 공급 중이며 최근에는 도시바 등과도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이폰4에 들어간 A4칩, 아이패드2에 들어간 A5 모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4억달러로 10위에 랭크됐다. 일부 시장조사기관은 파운드리 사업이 점차 대규모 투자가 중요해지면서 TSMC, 글로벌파운드리(UAE), 삼성전자 등 3개사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이 최근 급성장을 거둔 배경에는 경쟁사에 비해 한 단계 앞선 미세공정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 업체로는 최초로 32나노 HK/MG 기술을 선보여 미세공정 측면에서는 가장 앞서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는 28나노 공정개발까지 완료했고 20나노 이하 공정개발은 IBM연구소와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인텔, TSMC 등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로직공정 미세화를 주도하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적용되는 로직공정에서 미세화에 앞서간다는 것은 하나의 웨이퍼에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다는 생산성 향상 측면은 물론이고 저전력과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다수의 반도체 관련 IP를 확보한 것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만 4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36억달러를 투입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이 이르면 2분기 가동된다.

 지난해 말에는 조직개편 및 인사를 통해 우남성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산하에 두 명의 부사장을 두는 등 대폭적인 승진을 통해 조직을 확대했다. 최근 1000여명의 시스템반도체 인력도 보강했다.

 삼성전자에서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성장사업이면서 전략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황에 따라 부침이 심한 메모리사업의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TV나 휴대폰 등 세트사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반도체 분야 1위를 지키고 있는 인텔을 극복할 수 있는지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달려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장은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의 주요 성장사업 중 하나로 꾸준히 연구개발과 투자를 진행해왔고 최근에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얻으면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투자를 지속함으로써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주위의 비아냥을 극복하고 사업 본궤도에 오른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 연혁

 - 1975년 9월:LED 전자 손목시계용 IC 개발

 - 1981년 11월:컬러TV용 크로뮴IC 개발

 - 1982년 1월:부천 VLSI R&D 센터 설립

 - 1985년 4월:5인치 웨이퍼 양산

 - 1992년 1월: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사업 개시

 - 1994년 1월:스마트카드 IC 사업 개시

 - 1999년 4월:CDMA 칩 개발

  6월:세계 최고속 1㎓ 알파 CPU 개발

 - 2002년 12월: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시장 1위 달성

 - 2003년 7월:세계 최고속 533㎒ 모바일 AP 개발

  11월:1.3메가픽셀 CMOS 이미지센서 개발

 - 2004년 5월:중국 항저우 시스템솔루션 R&D 센터 설립

  7월:HDTV용 1칩 SOC 개발

 - 2005년 7월:시스템LSI 전용 S라인 기공, 파운드리 사업 시작

 - 2006년 12월:SIM카드용 스마트IC 카드 시장 1위

  내비게이션용 모바일 AP 시장 1위

 - 2007년 9월:이스라엘, CMOS 이미지센서 R&D센터 설립

  12월:MP3플레이어용 미디어SOC 시장 1위

 - 2009년 9월:1㎓ 모바일 AP 개발

  12월:CMOS 이미지센서 시장 1위

 - 2010년 6월:파운드리 업계 최초 32나노 HKMG 공정 개발

 - 2010년 9월:듀얼코어 AP 개발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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