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충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종민 씨(41)는 지난 26일 용산전자상가를 찾았다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PC방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를 구입하려고 했지만 최근 가격이 뛰어 당초 준비한 예산으로는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김씨는 "한 해 동안 메모리 가격이 가장 낮은 비수기에 맞춰 메모리 확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일본 지진 여파로 가격이 뛰어 구매 예산이 초과됐다"며 "조만간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해 신중하게 따져봐야겠다"고 푸념했다.
일본 동북부 대지진 여파로 인한 부품 가격 상승 파장이 용산전자상가로 불어닥치고 있다. 반도체와 게임기, 카메라 가격이 요동치면서 사려는 사람이나 팔려는 상인 모두 시시각각 가격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가격 상승 소식에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 발길은 뜸해졌고, 실제 구매하기보다는 문의하는 사람이 주를 이뤘다. 용산에서 메모리 반도체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호균 파크세미콘 사장(48)은 이날 오후 들어 벌써 두 번째 가격 장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11일 일본 지진 이후 하루 1장 정도 나오던 장표(소비자 가격표)가 최근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나온다. 삼성전자에서 생산된 PC용 2GB 메모리 가격은 26일 기준으로 2만6000원. 25일 이후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 사장은 주변 상인들과 통화하면서 가격 추이를 살피고 있었다. 그는 소비자가격이 적혀 있는 장표를 공개했다. 지진이 발생한 11일 삼성전자 2GB PC용 메모리 판매 가격은 2만3500원이었다.
지진 여파로 15일 3만원을 넘어서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다가 25일 2만4000원까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진으로 인한 영향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이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전기 공급과 물류 정상화가 늦어져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제조업체인 도시바와 세계 3위 D램 업체인 엘피다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가격을 올릴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되는 가격도 다시 하루 만에 2000원 넘게 상승한 것이다.
김 사장은 "삼성이 지난주에 이어 다시 한 번 가격을 10%까지 올릴 것이라는 말에 시장 판매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며 "그동안 시장 변화를 지켜보자는 대기 수요까지 몰리면 4월에는 5만원 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게임기와 카메라 등 용산에서 판매되는 일본산 전자제품 가격도 들썩거렸다.
소니 신형 플레이스테이션3 320GB 가격은 42만원으로 지진 발생 이후 10% 이상 올랐다. 쓰나미로 인해 소니 공장에 있던 플레이스테이션 300만대가 휩쓸려 갔다는 소문과 함께 후쿠시마 근처 소니 광픽업장치 생산 공장이 문을 닫아 당분간 공급에 차질이 빚을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진 이후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게임기 판매원은 "일본 지진 여파로 제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용량 120GB인 플레이스테이션3는 이미 재고가 바닥났다"고 말했다. 캐논과 니콘, 후지필름 등 일본 카메라업체 공장이 후쿠시마 지역에 집중 분포돼 가동에 차질을 빚으면서 카메라 가격도 크게 올랐다.
정상화가 지연되고 일제 카메라 공급이 뚝 끊기자 렌즈교환식(DSLR) 카메라 기종을 중심으로 최고 20% 이상 가격이 올랐다.
상황이 이쯤 되자 판매보다 재고 확보에 나서는 상점도 많아졌다. 특히 개인무역을 통해 일본 내수용 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해 물건을 내놓지 않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일부 대리점에서는 사재기하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 상인은 귀띔했다.
캐논 제품 중 초보자들에게 인기 있는 모델인 `EOS 550D` 모델을 사겠다고 하자 본체와 렌즈를 합쳐 102만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했다. 지난 11일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서 확인한 최저가인 76만원에 비해 26만원이나 비싼 가격이다.
[매일경제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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