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제조산업의 IT융합` 전문가 좌담회] "탈공간 기술시너지, 인재양성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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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융합시대를 맞아 경기도의 IT 및 과학기술 싱크탱크인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의미 있는 실험에 나섰다. 자동차·선박 등 전통적 기계(메카트로닉스)산업에 IT를 접목한 지능형메카트로닉스(IMT:Intelligent Mechatronics) 산업을 육성,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지경부의 지원을 받아 ‘고용창출형 IMT산업 혁신클러스터 육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 사업은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송도테크노파크, 부천산업진흥재단 등의 수도권 기관과 동남권(한국산업단지공단 창원지사)이 함께 참여하는 초광역권 사업이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IMT산업 혁신클러스터 육성 사업’의 핵심인 IT를 통한 주력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산·학·연·언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이들은 “융합은 단순한 결합과 다르다며 스마트, 인텔리전트하게 일어나야 한다”면서 “이런 융합이 일어날 때 소비자친화(유저프렌드리) 차원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자동차가 아니고 가전”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 : 서일홍 한양대학교 교수, 이동훈 경기과학기술진흥원 IMT 사업단장(사회), 박광순 산업연구원 박사, 이제형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 방은주 전자신문 경인취재팀장

 

 ◇사회(이동훈 팀장)=우리나라는 세계가 알아주는 IT강국이다. 또 자동차, 조선, 휴대폰 같은 제조업에서도 세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좌담회는 우리가 강점을 가진 IT와 제조업을 융합해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을까 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우선 전통제조업에 IT 융합을 왜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 말해보자.

 ◇박광순 박사=두 가지 측면에서 말하고 싶다. 첫째는 수요 측면이다. 그동안 높은 성장을 해온 주요 업종들도 앞으로는 제품 차별성 없이는 힘들다. 융합은 신산업 분야라기보다는 전통산업에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융합제품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둘째는 경쟁적 측면이다. 후발국들이 빠르게 추격해오고 있다. 기계 메카트로닉스 분야에서 중국 제품의 부가가치 증가율이 14% 정도 된다. 그만큼 후발국들의 제품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융합은 제품의 보완적 관계에서 경쟁적 관계로 갈 것이다. 융합기술을 발전시키지 못하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제형 책임연구원=자동차 산업의 융합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싶다. 자동차가 스마트화하고 있다. 기계적 측면에서 전장품·제어·인포메이션 측면이 늘고 있다. 그동안 안정성과 편리성이 우선적으로 발달해왔다면 앞으로는 친환경·고효율화 측면에서 융합 기술의 기여도가 높아질 것이다. 융합이야말로 연비 측면에서 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다. 환경 측면에서도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할 수 있는 제어 부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피아트나 혼다와 같은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도 융합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서일홍 교수=주력 제조업에 정보기술(IT)을 융합해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논의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연한 얘기다. 주력 제조업에 IT를 융합한다는 것은 두 가지로 얘기할 수 있다. 첫째는 인프라에 IT를 융합해 제조를 잘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품 자체에 IT를 융합해서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전력 단가를 낮추는 것도, 자동차처럼 스마트화해 구매력을 높이는 것도 융합이다. 자동차·선박·섬유·통신·전기전자 등 인프라 산업은 물론이고 서비스 산업에도 IT가 융합돼야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사실 스마트폰도 기기 자체가 똑똑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똑똑해서 그런 것이다. IT가 발전하고 인프라가 갖춰지면 강해진다. 이런 측면에서 융합은 의미를 따질 필요도 없다. 당장 해야 할 일이다.

 ◇방은주 팀장=컨설팅업체들이 흔히 쓰는 말로 이네이블러(enabler)라는 것이 있다. 무언가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요즘 시대에 사회가 IT에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것이다. 즉 IT가 해결사가 돼야 하고 이네이블러가 돼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전통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에도 해결사인 IT가 녹아들어가야 한다. 이네이블러를 다른 말로 하면 가치를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제조업에 가치를 주기 위해서는 IT융합이 좀 더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

 ◇이동훈=사회자지만 나도 한마디 하고 싶다. IT산업은 타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특성이 있다. 먼저 IT는 속도전에 강하고, 융합의 전 단계인 기기 간 커넥션을 가져다준다.

 또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이 강하다. 유저 프렌들리 차원에서 자동차는 이제 더 이상 운송수단이 아니라 가전이라고 한다. 이처럼 라이프사이클이 긴 기존 전통제조업에 IT산업의 특성을 넣어 주력제조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서일홍=한마디 덧붙이자면, IT의 의미도 정보기술에서 지능기술(Intelligence Technology)로 진화해야 한다. 데이터와 지식의 차이다. 포털에서 검색 개념도 내가 원하는 것을 이해해서 찾아주는 것이 아니고 알파벳이 얼마나 같은지를 가지고 찾아준다. 지식서비스는 원하는 것의 의미를 알아서 찾아주는 것이다. 자동차에 컴퓨터를 붙여놓는다고 해서 융합은 아니다. 둘 사이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이 나와서 사용자가 새로운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이로 인해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고, 시장이 커지는 등의 효과로 이어져야 융합이라 할 수 있다. 융합의 중심점에는 ‘스마트’라는 개념이 있다. 지능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드웨어는 단말기 개념이 돼야 한다.

 ◇박광순=산업레벨에서 융합에 대한 이해는 차이가 있다. A라는 기술과 B라는 기술이 합쳐지는 퓨전 형태의 융합이 있고, 패키지 형태로 묶여 있는 형태를 융합이라 보기도 한다.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필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되는 것도 융합이라고 한다. 산업에 따라서는 단순 결합이 되기도 한다. 퓨전 방식의 융합이 실질적인 융합이라고 본다.

 ◇사회=융합이 이렇게 중요한데, 그럼 미국 등 선진국 동향과 우리의 현실은 어떤지 이야기해 보자.

 ◇박광순=첨단화라든지 관련업종의 공정개선, 프로세싱 이노베이션 등에 중점을 둔 융합은 공통된 트렌드다. 반면에 자동차·기계·반도체 주요 업종에 따라서 융합의 동향은 차이가 난다. 외국에서도 자동차의 융합이 가장 빠르다. 그 중에서도 전장분야 융합이 가장 적극적이다. 도요타는 매년 1조원 이상 투자한다. 기계 메카트로닉스 분야에서 가장 큰 기업인 일본 야마자키 마작 같은 회사는 융합을 실천하기 위해 통합공정시스템을 상품화하는 단계에 와 있다. 융합의 결정체는 바로 로봇이다. 일본 원전사태를 계기로 로봇은 제조업 중심의 융합구조가 극한용 로봇과 같은 서비스 분야로 확산되리라 본다. 반도체의 경우는 독일의 인피니언 같은 회사는 자동차 시스템반도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세계 IT융합 시장은 1조2000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2015년까지 연 평균 약 12%로 비약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서일홍=미국에서는 융합이라는 말은 안 쓴다. 작은 개념에서는 임베디드 시스템을 얘기한다. 제품이 똑똑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의 개념이다. 지금은 한 단계 더 나아가서 CPS(Cyber Phisical System)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물리적 시스템과 가상적 시스템이 하나로 합해지는 일체화된 시스템을 말한다. 대규모 CPS는 사회 전체를 다 엮는 것을 의미한다. 빌딩관리나 의료시스템 등에 모두 적용하는 일종의 u시티와도 같은 개념이다.

 ◇박광순=우리나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과 제품, 서비스가 모두 융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융합의 방향은 지능화·경량화·전장화다. 소재부분은 복합기능 및 고기능으로 가야 한다. 스마트폰 등 소비재형 제품은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 및 네트워크 융합, 스마트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 부품의 융합은 극미세·초소형이 가야 할 방향이다.

 ◇이제형=프로세스 이노베이션과 프로덕트 이노베이션은 같이 가야 한다. 한 쪽만 가면 시너지가 적다. 제조 산업이 루틴한 산업이라는 인식이 많다. 이것을 자동화하고, 신뢰성을 높이려면 최적화를 이뤄야 한다. 수많은 부품이 모여 최적화된 시스템이 되려면 사이버상에서 공동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현대자동차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뉴싱킹 뉴파서빌리티(New Thinking, New Possibility)를 화두로 내세워 조직도 세분화했다가 다시 융합하기도 한다. 시스템적으로 유도한다. 세계 동향을 항상 분석해 우리와 비교,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있는 시도를 많이 한다. 일례로 지능형 안전을 들 수 있다. 인텔리전트 세이프티팀이 따로 있어 전자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부분, 통신부분 등을 융합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서일홍=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인력의 수준이 떨어진다. 현대자동차만 해도 현장인력이 우수해 융합에 대해 이해한다. 하지만 2차 벤더만 돼도 융합을 얘기하기 힘들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융합은 일부 대기업에만 해당된다. 하부조직에 내려가면 이노베이션이 안 된다. 교육조차 힘들다. 정부차원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경기과학기술진흥원은 IT융합의 한 분야로 기계를 인텔리전트화하는 지능형메카트로닉스(IMT)산업 혁신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과 동남권이 연합해 추진하는데 이유는 수도권과 동남권이 메카트로닉스 파트의 양대 축이어서다. 수도권에 2만5000개, 동남권에 대기업에 수직계열화된 1만개 기업 등 3만5000개 기업이 모여 있다. 종업원은 90만명 규모다. 동남권은 중공업 공장기계 업체가 대부분이고, 수도권은 IT와 제조업이 공존한다. 융합에 필요한 인력과 우리사회 시스템은 어떤지 이야기 해 달라.

 ◇박광순=그동안 추진해 온 광역화의 개념은 인근지역을 확대하는 공간적 시너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지금도 정부의 광역클러스터는 지역을 염두에 둔 개념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사업은 공간적인 확대보다는 기술적인 시너지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수도권과 창원을 중심으로 한 연계라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연합형태로 보인다.

 ◇서일홍=클러스터는 군집을 이루는 개념이다. 군집을 이뤘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컬렉티브 인텔리전스(연합지성)다. 클러스터를 만들면 개별 중소기업이 연출하는 것은 스마트하지 않고 힘이 없지만 중소기업이 내는 목소리를 수집해서 해결책을 만들어주면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이제형=이지역 간, 이업종 간에 엮어주기 위한 것이라 테마를 찾기가 힘들다. 이지역 간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너지라는 것은 공간적으로 모여 있을 때 나온다. 이지역 간에 묶어 주려다 보면 중간에서 모여야 한다. 새로운 융합이 된 지역이 다시 생기지 않을까 싶다.

 ◇방은주=서울·인천·경기·동남권 등이 하나로 뭉쳐야 하는데 사실 개별 지역에서도 뭉치는 게 쉽지 않다. 단순히 만나서 네트워킹만 하고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다. 그럼에도 몇 개의 성공 모델만 나와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이 요구하는 사항은 애로기술 해결이나 자금 및 마케팅 지원 등 몇 가지로 요약 된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인력이나 기술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좌담회의 주제기도 한데, 우리나라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이야기해 보자.

 ◇박광순=융합에 대한 요구가 성공하려면 제약요인을 풀어줘야 한다. 창의성·개방성·유연성 등 세 가지 부분이 부족하다. 융합형 제품이 나올 때 적극적인 사용자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 융합형 신제품이 나왔을 때 인증을 통해 신뢰성을 담보해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기술적 관점에서는 개발형 기술개발시스템이 부족하다. 개방성 구조 정착이 요구된다. 산업융합인프라 측면에서는 융합형 인프라의 기반구조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학 등에서의 융합형 전문인력 양성해야 한다. 관련 부처 간 협력도 우선돼야 한다.

 ◇서일홍=강한 중소기업을 만들려면 산업개발인력이 매우 중요하다. 또 리더급 개발인력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에서 전공 이수학점은 135학점 가운데 35학점이 고작이다. 너무 부족하다. 대학원이라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대학원은 교과부가 정원을 제한한다. 수요와 공급은 시장원리에 의해 정리되도록 해야 한다.

 ◇방은주=최근 연세대가 송도에서 융합에 방점을 둔 글로벌융합공학부를 개설했다.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너무 부족하다면서 훨씬 많아져야 한다고 하더라. 대학 신입생들도 지적할 정도인데, 정부는 융합에 관한 프로그램과 교육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특히 융합 교육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몸담고 있는, 영세 업체 인력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하다. 이들에 대한 교육이 없으면 사회나 국가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높아지기 힘들다.

 ◇이동훈=중소기업의 인력공급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어차피 융합은 이업종이다. 지속성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정책이 중소기업의 계층별로 분류, 맞춤형 지원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분류기준도 없고 해본적도 없다.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특허 등을 계량화해 점수로 부여하는 기술지수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제형=약한 중소기업의 힘을 키워주려는 사업이다. 중소기업들이 기술을 잘 취할 수 있도록 기술연구소가 중계 역할을 잘 해줘야 한다.

 정리=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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