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11 대지진 여파로 가격 상승이 예상됐던 메모리·LCD 가격이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정 부품 수급 불안으로 세트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LCD나 메모리 등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 때문이다.
21일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19일 발표된 3월 후반기 TV용 LCD 패널의 평균 거래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일본 대지진 발생 이후 처음 나온 것으로 한국의 반도체·LCD업계가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빗나간 셈이다.
40~42인치 120㎐ 풀HD TV용 LED는 322달러로 이달 7일 전반기 가격(325달러)보다 3달러 하락했다. 또 46인치용 LCD는 332달러에서 330달러로 2달러, 40~42인치용 LCD는 235달러에서 234달러로 1달러 하락했으며, 32인치용은 147달러를 유지했다. 반면에 모니터용 LCD와 노트북용 LCD는 보합세를 이어갔다.
일본 대지진 직후 급등했던 D램 현물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1일 주력 D램 제품인 DDR3 1Gb 제품과 2Gb 제품은 각각 0.27%, 0.24% 하락했다.
메모리·LCD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될 것이라는 예상은 일본 부품·소재기업들의 타격, TI 미호공장 가동중단 등 부품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PC나 스마트폰 제조기업들의 기존 부품 재고가 소진되는 4월 후반 이후부터 생산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PC기업이 특정 부품 수급이 안 돼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덩달아 메모리나 LCD 구매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개월 내 일본 부품 공급망이 복원되더라도 대략 향후 6개월 동안 1.5개월치 세트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메모리도 당초 예상보다 최대 12% 가까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다만 애플·HP 등이 공급망 복원시 메모리 선두업체인 삼성전자·하이닉스 등으로부터 구입 물량을 우선적으로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돼 국내기업들의 수익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말했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3월 초까지만 해도 향후 D램 가격 인상에 긍정적이었던 대형 PC 고객들이 일본 대지진 이후 부품 수급 애로로 인해 PC 생산차질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D램 수요 역시 줄어들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가격인상에 대해 다시 보수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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