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T모바일USA)이 지붕(AT&T)에 올랐다. T모바일USA를 쫓던 스프린트넥스텔은 먼산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당장 밥그릇(이동전화가입자) 지킬 일이 걱정이다.
20일(현지시각) AT&T가 현금 250억달러와 주식 140억달러어치 등 모두 390억달러를 주고 T모바일USA를 인수한다는 소식에 미국 이동통신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미 제2 이동통신사업자인 AT&T가 제4 사업자인 T모바일USA를 인수해 시장 질서를 송두리째 바꿀 태세인 것. 가입자 규모가 약 1억2920만명에 달하는 새 사업자(AT&T+T모바일USA)는 당장 버라이즌와이어리스의 미 제1 이동통신사업자 지위를 빼앗을 전망이다.
스프린트에게는 이 소식이 청천벽력이다. 지난 주부터 T모바일USA를 인수해 미 이동통신시장에 3강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적극 검토했던 터라 충격이 더욱 컸다. 앞으로 미 제3 이동통신사업자 입지마저 크게 흔들리게 됐다. 미 이동통신시장의 약 80%를 AT&T(U모바일USA)와 버라이즌와이어리스가 지배하게 되면 제1, 제2 사업자로 고객이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AT&T와 버라이즌을 향한 고객 이탈현상을 막는 게 발등에 불이 될 것으로 보였다.
스프린트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에 이 같은 시장 쏠림 현상에 관한 우려를 적극 제기할 계획이다. 이동통신시장이 AT&T와 버라이즌 과점 체제로 전환하면, 사업자 선택권과 같은 소비자 편익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시장 과점에 따른 통신요금 인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규제당국인 FCC가 AT&T의 T모바일USA 인수를 두고 어떤 선택(승인 여부)을 할지는 미지수로 남았다.
한편 AT&T의 T모바일USA 인수 합의금인 390억달러는 2008년 9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407억6000만달러에 메릴린치를 사들인 이래로 다섯 번째 규모다. 같은 기간 동안 가장 큰 인수 거래는 2009년 1월 제약업체인 화이자가 785억6000만달러에 와이어스를 사들인 것이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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