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여파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원자로가 연이어 폭발하면서 세계 각국이 원전 건립 계획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최고 수준의 안전 기준을 갖춘 일본 원전이 자연재해로 방사능 대량 누출 위험에 처하는 상황에 이르자 독일·스위스 등은 원전 가동을 잠정중단하거나 원전건설 계획 승인을 유보하기로 했다. 반면 미국·중국·인도·프랑스 등은 이미 사용 중인 원전 가동을 중단하거나 계획 중인 원전 건설을 미루지는 않겠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주목받은 원전이 일본 대지진에 따른 방사선 누출 우려로 큰 타격을 받으면서 세계 각국은 그린에너지 정책 시행에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원전 가동 보류 ‘초강수’=로이터는 15일(현지시각) 독일 정부가 1980년 이전에 건설된 원자력 발전소 7기의 가동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원전 가동시한 연장 계획이 유보되는 3개월간 원전 7기가 임시 폐쇄될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은 원전 사업자들과 합의 없이 정부가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도 노후 원자력 발전소를 새 원전으로 교체하려던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스위스 연방에너지청은 안전기준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새로운 기준이 채택될 때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신형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전력 사업 당국의 요청에 관한 일체의 심사 절차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15일 역내 원전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한 장관급 회의를 열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귄터 외팅거(독일) 에너지정책 담당 집행위원이 27개 회원국 관련 부처 장관과 원자력 안전 전문가, 원전 가동사 관계자 등을 브뤼셀로 초청, 긴급 현안 회의를 연다고 전했다.
◇안전성 논란 확산=이탈리아와 브라질·태국·미국 등에서 원전 신설 계획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는 이탈리아 좌파 야당을 중심으로 원전 추가 건설계획에 대한 격렬한 반대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프랑스와 협약을 통해 오는 2013년부터 자국에 4기의 원자로와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에 착수해 2020년에 완공하고, 프랑스 영토에 5기의 원자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태국은 5000메가와트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5기를 순차적으로 건설해 2020년과 2021년, 2023년, 2025년, 2027년부터 각각 가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아피싯 태국 총리는 일본 사태로 원전 건설계획을 담당하고 있는 에너지부에 원전 건설 방안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조제 사르네이 연방 상원의장은 최근 “정부는 원전 추가 건설 등 핵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계획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 원전 건립을 놓고 안정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브라질은 1984년과 2000년에 건설된 앙그라-1호(657㎿급)와 앙그라-2호(1350㎿급) 원전이 가동 중이며, 2015년 5월부터는 1350㎿급 앙그라-3호 원전이 가동될 예정이다.
인도는 이후 20기에 달하는 자국 원자로의 안전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국영 인도핵발전공사(NPCIL)는 모든 원자로에 대한 철저한 안전성 검사가 예고했다. 대만도 향후 원자력 발전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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