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부터 심혈을 쏟는 것은 바로 의료개혁이었다. 국민총생산량에서 16%나 차지하는 거대 산업일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미국일자리를 200만개 이상이나 만들어낸 효자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파산되는 가정의 25%가 비싼 의료비를 감당못해 파산에 내몰리는 현실 또한 정부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개혁을 강조하고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여러 대책을 검토하라고 여념이 없다.
그리고 병원의 디지탈화라는 세계적인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부분의 미국 병원들이 아날로그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병원에 디지털병원정보시스템을 심고자 노력하고 있다. 즉 200억달러의 기금을 들여 의사나 병원이 정보화에 투자할 수 있도록 불을 집히고 있는 것이다. 미국 병원은 우리나라처럼 대부분의 병원들이 디지털화돼 있는 것과는 반대로 15%만이 병원정보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정부는 향후 5년 안에 정부가 규정한 의료정보화를 갖지 못하는 병의원들에 의료비급여를 제한하겠다는 통보를 한 상태다. 그러나 병의원 입장에서는 정부가 마련하는 200억달러 외에도 각 병원들이 막대한 추가투자를 해야만 제대로 된 디지털병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미국 병원의원들을 위한 시스템 시장은 무한정으로 열려있는 것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붐을 타고 병원정보화업체들이 많이 생겨나는 바람에 웬만한 작은 병의원까지 전산화가 어느정도 이루어져서 디지털병원시대로 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대규모의 대학병원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수반되는 병원정보화시스템 업체들도 경험을 많이 쌓게 되었다. 처음에는 경영정보시스템에서 출발해 영상정보시스템( PACS)들이 국산화 덕분에 저렴하게 대형병원은 물론 중소병원들까지 많이 보급되었다. 또한 최근 몇년 사이에는 전자의무기록차트시스템(EMR:Electronic medical record)까지 보급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병원정보화에 비해 미국 같은 선진국 병원정보화는 더디게 추진되었다. 특히 인건비가 비싼 미국은 우리나라보다도 몇 배나 되는 투자비를 겁내어 병원들이 첨단 정보화시스템에 투자를 망설인 것이 병원디지털화에서 후진국이 된 것이다. 의사들도 첨단 전산시스템을 임상에 도입하는 것을 꺼리는 보수적인 성격들도 더해 병원은 15%만이 정보화가 되어있는 형편이다. 이런 현상을 의료서비스 효율화에 장애요인이라고 판단한 오바마 정부는 2008년 경제 침체기를 맞아 경기 부양을 위한 공공 투자대상을 인터넷기반 확충과 의료정보화 분야로 잡고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 시장이 열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형 정보통신업체들은 세계 시장을 두드리는데 몸을 사리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 손잡고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데 망설이면 안된다. 지금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은 IT 강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밑바닥을 기고 있고 도전정신마저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 오늘 날의 형편이다. 컴퓨터시스템소프트웨어나 기업소프트웨어도 전부 외국산이 독점하고 있고 우리나라 업체는 설치하는 하청업체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런 업체들의 제품 현지화나 마케팅전략을 도와주는 정책을 쓰면서 우리의 열악한 소프트웨어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호 성균관대학교 삼성서울병원 교수 jeho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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