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박재규 범한판토스 운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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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특히 항공을 포함한 물류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천재지변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게 물류다. 물류는 산업대동맥 역할을 하지만 국내는 다른 산업에 비해 관심이 덜한 게 사실이다. 물류 전문가도 많지 않다. 박재규 범한판토스 운영본부장(전무·52)은 이론과 실무에 모두 정통해 ‘물류의 달인’으로 통한다. 미국 MIT에서 물류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LG경제연구원을 거쳐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을 지냈다. 최근에는 ‘미래형 SCM 전략’이라는 책까지 썼다. 이 책은 전문서지만 전문 분야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박 본부장은 “아일랜드 화산폭발, 일본 대지진 사례가 보여주듯이 제대로 물류망을 갖추지 않으면 전체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류서비스의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이 대체 루트 개발입니다. 가령 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 곧바로 항공 물류를 해상이나 철도로 전환하거나 대체 루트를 찾아야 합니다. 물류가 망가졌다고 복구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소비자는 없습니다.”

 박 본부장은 지난해 범한에 합류한 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물류IT에 기반을 둔 핵심 루트의 경쟁력 확보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2020년 글로벌 톱10’이라는 범한 비전을 위해서는 글로벌화가 필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약점은 영세성입니다. 영세하니 대규모 운송이나 복합 운송이 약하고 창고가 작아서 부가 서비스도 제공하기 힘듭니다. 프로세스가 표준화되지 못해 다단계 형태로 인건비를 줄이는 데 급급합니다. 반면에 강점은 강한 IT적응력입니다. 해외업체는 아직도 메인프레임 컴퓨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이미 인터넷 기반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모바일로 24시간 작업 지시 시스템, 클라우드를 통한 협업이 가능합니다.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리는 게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길입니다.”

 박 본부장은 “국내에도 해운·항공·창고·택배·유통 물류업 등 각 업종에서 이미 대표 기업이 존재한다”며 “앞으로는 세계 시장에 뛸 수 있는 종합 물류 기업을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한 세부 전략으로 ‘미래형 SCM’을 꼽았다. 미래형 SCM은 밀어내기를 지양하고 수요를 견인하며 실시간으로 공급망을 관리하고 공급 생태계 전체를 육성하는 차원 높은 경영 활동을 말한다.

 그는 “결국 물류에서 중요한 게 고객 데이터 분석과 재고 관리며 이의 해법이 SCM”이라고 말했다. “흔히 물류비는 비용으로 생각하는데 맞지 않습니다. 물류비는 많이 쓰는 게 오히려 경쟁력입니다. 매출액의 5~10%에 불과한 물류비의 20%를 줄여도 비용 절감 규모는 1~2%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재고 관리는 조금만 잘못해도 20~30%를 깎아 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물류를 전체 경영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박 본부장은 “물류 혁신 핵심은 대부분 조직과 사람 이슈”라며 “과감히 SCM 중심으로 조직과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 “꿈꾸고 생각하는 만큼 이뤄지듯이 SCM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특히 “세계 10대 무역대국에 걸맞는 물류기업이 나오지 않는게 안따까운 국내 현실”이라며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글로벌 물류 기업을 만들기 위해 산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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