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현 제1원전의 노심 용해와 폭발에 따른 방사능 누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원전의 지진 대비 안전 시스템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신고리 원전를 비롯한 고리(4기), 월성(4기), 영광(6기), 울진(6기) 등 모두 21기의 상업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국내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 0.2g의 지반 가속도(지진으로 실제 건물이 받는 힘)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강진 가능성이 낮은 한반도 지질 특성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상의 대비 태세라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또 국내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이 해당 원전의 ‘바로 밑’에서 발생해도 냉각수 등의 유출이 전혀 없는 상태를 안전 기준으로 삼았다. 따라서 이번 일본 강진과 비슷한 8~9 규모의 지진이라도 ‘직격탄’만 맞지 않는다면 원전 자체에 균열이 생기는 등의 심각한 훼손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얘기다.
백민 교과부 원자력안전과장은 “국내 원전은 이번 일본 원전 사고와 같이 냉각장치가 작동을 멈춰도 ‘자연 대류’ 방식으로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일본처럼 매우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다면 전력공급과 냉각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판 경계면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그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원전 구조에서도 차이가 난다. 후쿠시마 원자로는 아랫부분에 핵연료봉이 있고 그 상단에 수증기를 만드는 장치가 있다. 핵분열실과 수증기 생산실이 일체형으로 만들어졌다.
반면 국내 원자로는 두 장치가 완전히 분리돼 원자로는 열만 생산되고 증기는 다른 곳에서 생산한다. 또 원자로 격납용기는 1.2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와 별도의 철판을 덧댄 하나의 덩어리 형태이기 때문에 안전도에서 앞서 있다는 설명이다.
원자력 안전규정상 0.01g 이상이면 경보를 발령하고 원자로를 가동하면서 안전점검을 벌이고, 0.1g 이상이면 원자로를 정지시킨 뒤 점검을 진행한다.
이번 지진의 진앙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울진 원전(거리 1154㎞)의 원전부지 지진감시계에 기록된 지반 가속도 값은 0.0006g로 미미한 수준으로 측정됐다.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교과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현재 환경방사능감시 상황반을 운영하고 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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