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 시대를 풍미했던 후지필름은 디지털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대표 기업으로 자주 거론된다. 후지필름은 실제로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를 대체하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롯데그룹과 합작으로 국내에 진출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힘든 시기를 지냈다. 2005년 이후 수년 동안 적자에 허덕였다. 그러나 지난해는 달랐다. 수년 동안의 적자를 흑자로 돌리면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흑자 반전의 주인공이 바로 2009년 새로운 대표를 맡은 이창균 한국후지필름 대표(54)다.
“2005년에 꼭짓점을 찍으면서 매출과 수익 모두 하향세로 돌아섰습니다. 주력 모델인 필름 시장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부임했을 당시 회사 분위기도 어수선했고 아직도 과거 향수에 젖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습니다. 분위기를 살리고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잘할 수 있는 분야와 그렇지 못한 분야를 가리는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후지필름은 지난해 매출 1350억원을 올렸다. 전년 1165억원에 비해 20%가량 늘어났다. 올해도 1500억원 이상을 확신하고 있다. 세부 수치는 밝히기 힘들지만 무엇보다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면서 무엇보다 회사 전체적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살아나고 있다. “일등 공신은 즉석 카메라로 불리는 ‘인스탁스’입니다. 전형적인 아날로그 제품이지만 귀여운 디자인과 컬러풀한 색상, 앙증맞은 크기 등을 앞세워 전략적으로 밀어붙였고 다행히 시장 반응이 좋았습니다. 틈새시장이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요구와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었습니다.”
1999년 출시한 인스탁스는 사실 본사에서 틈새 상품에 불과했다. 크게 기대를 걸지 않은 미끼 상품 수준이었다. 그러나 한국후지필름은 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빠른 것을 추구하는 디지털 세대는 오히려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스탁스는 2007년 연간 판매량으로 13만대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 누적 판매 대수 100만대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깜찍한 디자인과 지갑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은 필름 크기로 휴대성을 높인 새로운 모델 ‘인스탁스 미니’를 내놓고 후속 대박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후지필름과 롯데그룹에서도 성공 모델의 하나로 별도 발표회를 열었습니다. 인스탁스가 성공한 곳은 우리나라뿐입니다. 본사에서도 상당히 주의 깊게 바라보는 상황입니다. 100만대에 이어 올해 130만대도 가능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1979년 롯데그룹으로 입사해 30여년 동안 회계·재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재무통이다. 이 때문에 경영지표 분석을 통한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나지만 사실 현장 감각이 뒤떨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철저한 권한 위임형 경영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현장 목소리를 중시하고 대부분 현장에 책임과 권한을 넘겼다. 특히 임원 등 간부급 사원의 솔선수범을 강조한다. 힘든 분야일수록 대표가 제일 먼저 깃발을 들어야 한다는 식이다. 권한 이양과 솔선수범이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신념에는 처음 대표를 맡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 대표는 “회사가 크기 위해서는 주인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주인의식을 고취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판단을 믿어야 합니다. 아울러 직책이 높을수록 솔선수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조직이 한 방향으로 집중할 수 있고 모든 구성원이 회사를 믿고 따를 수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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