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작년과 올해 두 차례 남측을 향해 GPS(위성 위치정보시스템) 수신을 교란하는 전파를 발사함에 따라 한반도에 `전자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사적으로 전자전은 적의 C4I(지휘통제체계)와 전자무기체계의 기능을 마비 또는 무력화시키는 군사행위를 말한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은 전자전 수행을 위한 군사혁신을 추진해 전자전 수행 능력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도 1970년대부터 전자전에 눈을 떴으며 우리 군보다 10년 이상 먼저 초보적인 수준의 전자전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 후반에는 주요 작전부대의 통신망을 광케이블로 교체했으며 최근에는 최전방 부대의 통신선까지 교체해 감청이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북한은 평양~원산 축선 이남에 전자전 수행을 전담하는 기지 수십 곳을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수도권 일대의 GPS 수신 장애를 가져온 교란 전파를 발사한 해주와 개성에도 전자전 기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북한은 50~100㎞의 범위에서 GPS 전파교란을 할 수 있는 차량 탑재 러시아제 재밍(jamming.전파방해) 장비를 도입해 군사분계선(MDL) 인근 2~3개 지역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8월에 이어 이번에도 5~10분 간격으로 이 장비를 이용해 교란 전파를 발사한 것으로 미뤄 장비 성능을 지속적으로 보완 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반도 전역에 해당하는 400㎞ 이내 GPS 수신기의 사용을 방해할 수 있는 신형 24W급 교란 장비를 러시아에서 도입했다는 첩보도 있다.
여기에다 남한의 전파탐지가 가능한 중서부지역과 평양 인근에 전자정보 수집기지와 전파방해 기지를 설치해 운영하는 등 전자전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
북한은 총참모부 산하에 지난 2001년 정보통제센터를 설치했으며, 이 센터는 정찰국의 감청.정보정찰부대와 지상군, 해군, 공군 전자.정보전연구소를 각각 통제하고 있다.
정보통제센터의 지휘를 받는 정찰국 121소와 적공국 204소는 사이버전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이다.
북한은 앞으로 높은 에너지의 전자기 펄스를 만들어 적의 전자기기체계를 무력화시키는 EMP탄 개발에 나설 것으로 군당국은 관측하고 있다.
우리 군도 걸프전 이후 전자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장비 확충을 서둘러 1993년 9월 프랑스제 전자전 장비 소요를 제기했다.
프랑스 톰슨사가 제작한 TRC-613L 전자공격(EA) 장비와 TRC-274C 전자전 지원(ES) 장비는 최전방에 배치되어 있다. EA 장비는 고주파를 북한군에 발사해 무선통신망을 교란시키는 데 활용되고 있고, ES 장비는 일정 영역대의 주파수 범위를 설정해 여기에 걸려든 전파를 분석해 통신 내용을 감청하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북한군이 통신망을 광케이블로 교체해 감청이 어렵게 되자 군은 동부전선 일대에 차기 전자전 장비를 추가 도입해 설치키로 하고 올해 국방예산에 관련 예산을 반영했다.
공군은 적의 대공 위협으로부터 조종사의 생존능력을 강화하는 전자전 훈련 장비(EWTS)를 도입 중이다. 이는 적의 요격기와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등의 위협으로부터 조종사의 생존성 능력을 높이는 전자방해 훈련에 사용된다.
적 전자기기체계를 무력화하는 EMP(전자기펄스)탄과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HPM)탄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과학연구소는 1999년부터 9년간 EMP 응용연구를 마치고 2008년 9월부터 EMP탄 시험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2015년께는 시험 평가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명 `e-폭탄`으로 불리는 HPM탄은 20억W의 전력을 분출해 반경 300여m 이내의 모든 전자제품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전자전 무기체계로 평가된다. 탄두에서 나온 강력한 음파진동이 환기 통로나 안테나를 통해 적의 벙커로 흘러들어 가 전자 연결을 끊어버리고 마이크로칩을 파괴해 전자장비를 못 쓰게 하는 원리이다.
이밖에 북한의 핵무기가 폭발할 때 발생하는 EMP를 방호하는 체계도 2014년까지 1천억원을 투입해 국가 중요시설에 구축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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