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메카]<5 · 끝>나노측정 및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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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계연구원 나노역학연구실에는 자체개발한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10나노급 박막측정장비(정면)가 있다. 왼쪽부터 김광섭 선임연구원, 이학주 책임연구원, 장봉균 연구원, 김재현 선임연구원.

 최근 국내에서 개발한 나노측정 기술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나노측정 부문에서는 처음있는 일이다.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단장 이상록)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나노측정 및 평가’ 세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기계연구원 이학주 박사 연구팀이 올해 올린 개가다.

 이 연구팀은 나노 측정 및 평가 부문의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한다. 아무런 장비도 없이 오로지 인력만 있던 볼모지에서 과제를 시작했다. 햇수로 10년째다.

 국제 표준으로 채택된 MEMS(미세기계시스템)분야 나노측정기술은 ‘띠굽힘시험법’이다. 띠굽힘시험은 길이가 매우 길고, 너비와 두께가 작은 구조물을 변형시키면서 하중과 변형의 정도를 측정하는 시험이다. 이 시험은 기존의 미소인장시험보다 훨씬 손쉽게 나노스케일에서 자유지지 박막의 기계적 물성을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꿈의 신소재 ‘그래핀’과 SiO₂(이산화규소) 박막의 점착력을 3.2㎚ 수준에서 비교할 수 있는 ‘그래핀 점착제어기술’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전사공정으로 제작한 29㎚급 Au(금) 박막시편 탄성계수 측정기술과 30㎚급 알루미늄 박막의 응력 측정, 금 박막 시편의 기계-전기저항 변화 측정, 탄소나노튜브(CN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투명전도성 필름의 역학-전기 복합물성 측정 기술 등 세계 최고에 올랐거나 세계 최초의 기술 들도 모두 이들 연구진이 개발한 성과다.

 이 연구진이 지난 2004년부터 국내외에 출원한 특허는 45건이다. 이 가운데 17건이 현재 미국과 일본, 국내에 등록돼 있다. 나노메카 분야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는 학술지 MRS 블루틴(IF(임팩트 지수) 6.33)에도 초청리뷰 논문을 게재했다. 그동안 연구팀이 국내외에서 발표한 실적 건수는 190건이 넘는다.

 기술이전 부문에선 알랜비와 제이엠엘, 세크론 등에 나노공정 측정 및 평가기술과 인라인 공정 모니터링 기술, 미소 피로시험기 제작기술, 프로브 카드용 멤스팁 측정 기술 등을 이전하고 2억6500만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올해 이 박사는 12인치 웨이퍼의 프로브 검증 및 양산과 나노소자 신뢰성 시험기 상용화, 분광방사율 박막 두께 장치 상용화, 서브 30나노급 패턴 분석용 고속 광계측 기술 상용화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연구팀은 “세계 나노측정 관련 산업 규모는 13조5000억원 가량 되고, 최근들어 급성장세를 타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나노 구조물을 측정하는 기술이 부족해 마이크로·나노 구조물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노스케일 패턴 측정 기술은 재료의 물성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할 때 없어서는 안되는 기본 기술”이라며 “이를 통해 나노 재료의 다양한 메카니즘을 밝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나노제품 설계 기술 향상에도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기술개발 과정없이 단시간에 산업화가 이루어지는 R&D는 없습니다.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꾸준한 연구가 중요합니다.”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생산시스템 연구본부 이학주 박사는 과학기술계에도 ‘장인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런티어 사업을 하다보니, 깨우친 것도 많습니다. 성과를 내세우는 국내 풍토도 이해는 하지만, 달달볶는다고 R&D 결과물이 금방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의 R&D는 과거처럼 특정 외국 제품을 보고 베끼는 수준이 아니라 맨바닥에서 새로운 걸 하나하나 스스로 찾아가는 창의적인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이 박사는 “앞으로는 연구의 양보다는 질을 추구해야한다”며 “산업 구조도 선진국처럼 고부가가치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가려면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와 R&D는 필수”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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