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헷갈리는 융합제품 조기 인증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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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사는 트럭 뒤편에 물건을 들어올리는 지게차 기능을 탑재한 융합제품 ‘트럭지게차’를 지난 2009년 개발했다. 하지만 트럭인지 지게차인지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국토해양부에서 제품 승인이 지연되면서 국내 시판이 이뤄지지 못했다. 국내 이용 사례가 없다 보니 해외수출도 쉽지 않았고 A사는 사실상 관련사업을 포기했다.

 #2. B사는 물위에서 이착륙이 가능한 비행기인 위그선을 개발했다. 항공기인지 배인지를 놓고 또 혼선이 왔다. 해상교통안전법, 개항질서법, 선박법 등 다양한 법의 적용을 받다 보니 조기 상용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관련법 정비에만 2년이 넘게 걸리고 말았다.

 

 정부가 법·제도 미비나 관련 법조항 간 충돌로 시장에 출시되지 못하고 있는 ‘헷갈리는 융합제품’을 조기 승인해주는 ‘패스트 트랙 인증제’를 본격 추진한다.

 지식경제부는 융합시대에 맞춰 융합 신제품의 조기 상용화를 유도하기 위해, 법 규정 미비로 융합제품 창출이 지연되는 사례 40여건을 발굴, 조기 애로해소에 나선다고 2일 밝혔다.

 제품은 이미 개발됐지만 빠른 시간 내 상용화되지 못한 사례는 트럭지게차나 위그선 말고도 수두룩하다. LED를 이용한 옥외 현수막의 경우 지주대를 설치한 광고판에 전기를 넣을 수 없다는 조항으로, 체력평가에 사용되는 무선심박계는 단순 측정기인지·의료기기인지에 대한 해석이 늦어지면서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당뇨측정 휴대폰도 의료기기로 분류되면서 시장에서 사장된 품목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지능형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센서 칩 등 산업·기술 간 융합제품이 대거 나오고 있지만 관련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았다. 서로 다른 이종 기술을 융합하는 제품이 빠르게 출시되고 있는 추세에 발맞춰 업종별·부처별 칸막이를 허무는 산업간 융합산업 전략과 법 대응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욱 지경부 성장동력정책과장은 “연구소와 기업들로부터 조기 인증이 필요한 융합 신제품 사례를 접수받아 애로 해소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융합 신제품과 신기술은 특히 빠른 인증과 상용화로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융합 신제품의 조기 인증을 추진하는 근거는 ‘융합산업촉진법’에 있다. 촉진법에서는 융합신제품 적합성인증제를 도입해 출시가 지연되는 융합 신제품을 패스트 트랙으로 인증해 주는 조항이 담겨 있다. 융합산업촉진법이 이달 국회에 통과돼야만 이 같은 ‘헷갈리는 융합제품’을 서둘러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다.

 

 <용어설명>

 ◆패스트 트랙(fast track) 인증제=기준과 규격이 없는 새로운 유형의 제품에 패스트 트랙을 적용, 인증에 준하는 임시인증을 해주는 제도다. 패스트 트랙은 행정절차상 처리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경우, 정부가 신속한 처리를 위해 특별히 도입하는 정책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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