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이통사 탄생이 무산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최시중 위원장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제4 이통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시장은 물론이고 정부와 정치권까지도 폭넓게 형성돼 있으나, 재도전에 나선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기간통신사업자로 허가를 얻게 됐을 때 사업을 무난히 이끌어 나갈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 부족으로 심사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미디어산업 육성을 목표로 방송 분야에서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한 것처럼, 통신 분야에서도 시장경쟁 활성화를 목적으로 새로운 기간통신사업자의 탄생을 간절히 원했다. 이유는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 손님인 가계통신비 부담, 통신사 통신비 인하에 대한 시민단체의 압박, 토종기술인 와이브로 활성화에 대한 방통위의 공언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출범 후 새로운 사업자 탄생을 고려한 정책의 큰 그림들이 적지 않았다.
사실 지난해 최 위원장은 와이브로를 기반으로 한 제4 이통사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소식에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현재의 통신시장 구도에서 제4 이통사의 생존이 쉽지 않다는 시장과 기존 사업자들의 분석 등으로 인해 대기업들이 속속 참여를 포기하면서, 결국 중소기업군으로 구성된 KMI컨소시엄만이 남게 되자 아쉬운 대로 KMI가 제4 이통사로 선정되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제4 이통사 출범과 관련한 풍문과 잡음이 끊이지 않자, 1차 심사당시 KMI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KMI 측에 주주 구성에 대기업을 포함시킬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시장에서 조차 탄생을 원하는 목소리와 반대 목소리가 겹치면서 정책적 판단 조차도 어렵게 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이번 2차 심사에서는 풍문에 따른 ‘선입견’을 배제한 심사를 실무진에 요청할 만큼 제4 이통사 탄생을 기대했다. 혹시 선입견으로 인해 사업계획서 상의 노력이 왜곡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결과는 이번에도 제4 통신사 탄생은 불발에 그쳤다.
이번 KMI의 심사 탈락으로 향후 국내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에 악영향은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가 표방해 온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도 당분간 공염불에 그칠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 결정이 시장에서는 통신경쟁구도 포기,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와이브로 추진 의지 실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딜레마는 깊어가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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