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스마트폰 왕국, 커뮤니케이션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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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지금 온통 ‘스마트’ 열풍이다. 휴대폰 쪽이 특히 심하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아니라면 미개인 취급 받기 십상이다.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 정보는 그야말로 핫 이슈다. 몇몇 인기 제품은 출시와 관련한 헛소문도 심심치 않게 들릴 정도다. 정작 제조회사는 갖고 있지도 않은 제품 출시 계획이 사용자 사이에서는 마치 예정된 사실인 것처럼 떠돈다.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2011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1)’에서는 최신 스마트폰이 대거 발표되고 있다.

 문득 떠오른 의문 하나. 전화기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동안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은 과연 얼마나 스마트해졌을까? 스마트폰이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하드웨어라고 하면 하드웨어 자체는 가히 혁명적인 발전을 이뤄낸 게 사실이다. 소프트웨어에 비유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이나 미디어 플랫폼 역시 그에 걸맞게 진화했다. 예컨대 가정용 전화기로 대표되는 유선 통신 기술은 와이파이나 인터넷 전화(VoIP) 같은 무선 통신 기술로 발전했다. 엽서와 편지, 신문이나 라디오, TV가 고작이던 미디어 플랫폼 역시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로 다양해졌다.

 사람들은 이제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양한 도구와 채널을 이용해 자신의 메시지를 상대에게 전달한다. 음성 통화가 기본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단문 서비스나 SNS 활용 비중도 급격히 늘어났다. 딱히 전할 이야기가 없을 때에도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미투데이를 띄워 놓고 눈과 손을 바쁘게 움직인다. 시도 때도 없다.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릴 때나 차에 올라탔을 때, 길을 걸을 때, 으레 스마트폰부터 꺼내 든다.

 스마트폰과 SNS만 지원된다면 이제 더 이상 거리와 장소는 장애가 아니다. 해외에 있는 친구나 동료와도 거의 실시간으로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지금, 바로 내 앞에 앉아 있는 친구나 동료와는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상대가 앞에 있어도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이메일과 SNS를 확인하느라 바쁘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가까운 커피숍에 한 번 들러보라. 스마트폰이 멀리 있는 사람들을 가깝게 해주지만 정작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멀게 하지는 않는지. 스마트폰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은 하지만 정작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자체는 스마트하지 못했던 게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전문가들은 한결 같이 듣기를 잘 할 것을 주문한다. 경청은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말하기는 그 다음이다. 말할 때는 진심을 담아야 한다. 진심을 담은 커뮤니케이션이라야 상대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고, 상대의 마음도 열 수 있다. 아이러니 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한 커뮤니케이션에 요구되는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태도인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수는 작년 11월 말 기준으로 72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들 중 64%가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업계는 올 연말까지 무려 2천만 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스마트폰과 SNS가 대세인 셈이다.

 이쯤에서 우리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과연 나의 커뮤니케이션은 얼마나 스마트한가?

  박일준 / 인컴브로더 대표 Howie@incommbrode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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