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업계에서 ‘방열기술’이 핫 이슈로 떠올랐다.
LED에서 방열이란 LED 칩으로부터 발생한 열을 신속하게 외부로 내보내 LED 접합부의 평균온도를 낮추는 것을 뜻한다. 방열기술은 열을 낮춰야 하는 모든 전자제품에 적용하는 기술이지만, LED에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LED 광원은 에너지의 80%를 열로 방출하며 LED 자체가 열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방열기술은 곧 한 기업의 LED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열기술 없으면 광효율 반토막=일반적으로 접합부 온도(Junction Temperature)가 10도가량 낮아지면 상대효율은 20%가량 향상된다. 접합부 온도가 높아지면 LED 수명은 기하급수적으로 저하된다.
일본의 한 연구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반적인 70루멘의 광효율(㏐/W)을 내는 LED 칩의 경우 최종적으로는 전체의 50%에 불과한 35~43㏐/w로 광효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패키지 손실에 이어 AC/DC 전원에서 15~30% 손실되고 제어회로에서 다시 1~5% 손실됐다. 이어 광원모듈의 온도상승으로 인해 10~20% 광효율이 감소했고 등기구에서 다시 절반 수준으로 광효율이 줄어들었다.
◇진화하는 방열 소재=이에 따라 방열소재로 효율을 높이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방열소재로 일컫는 것은 크게 △히트싱크 △사파이어 웨이퍼와 LED를 접착하는 데 쓰는 방열접착제(Interface Material TIM1) △PCB와 히트싱크를 접착하는 데 쓰이는 방열접착제 TIM2 △방열코팅재 등으로 나뉜다.
가장 고부가가치면서도 기술적 난도가 높은 분야가 TIM1이다. TIM1의 핵심은 열전도율을 높이기 위해 넣는 ‘첨가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알루미늄이 주로 첨가제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카본 파이버(Carbon fiber), 그라파이트(Graphite), 카본 나노튜브(Carbon Nanotubes) 등이 활용된다.
이중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첨가제가 카본 나노튜브다. 열전도율이 현존하는 소재 중 최고로 전기전도율이 높고 기계적 강도 역시 높다. 이미 미국 인텔, AMD에서 차세대 방열 소재로 일부 사용 중으로 수년 내 상용제품이 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카폰 파이버는 경제적이며 성능도 우수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를 대체할 물질로 그라파이트가 주목받고 있다. 제일모직과 자화전자가 그라파이트를 활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가벼운 히트싱크를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동재 한국산업기술대학 겸임교수는 “지금은 알루미늄을 기반으로 한 히트싱크를 활용 중이지만 향후 LED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LED 제품이 경량화가 가속화되면 플라스틱 복합소재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방열기술 경쟁력은…넛 크래커 주의보=이 때문에 국내 기업도 서울반도체, LG이노텍, 삼성LED 빅3를 중심으로 독자적으로 방열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특허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LED 칩의 방열기술에 관한 특허출원은 2003년까지는 매년 10건 이하였으나 2004년에 39건으로 증가했고 2009년에는 135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 LED 방열 기술의 위상은 여타 LED 세트 부문이 차지하는 위상보다는 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국내 기업 중 대부분은 방열소재 중 부가가치가 낮은 방열 코팅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TIM1은 허니웰 등 다국적 기업이 개발한 소재를 전량 수입해 쓰고 있다. TIM2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기업이 공세를 펴고 있다. 방열 소재에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면, LED 세트까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여기에 있다.
특히 1W 이상의 고출력 LED 칩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방열접착제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외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LED 헤드라이트는 국내 업체들이 방열문제를 미처 해결하지 못해 제품 확산에 애로를 겪고 있다.
김일곤 필립스전자 상무는 “고출력 LED는 형광체, 렌즈 등 모든 기술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기술의 결집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방출되는 열량이 많아 방열기술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동재 겸임교수는 “고출력 LED 칩이 본격화되면 방열문제가 매우 심각해진다”며 “지금처럼 방열접착제를 100% 수입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LED 확산에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고 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기업 LED칩 방열기술 특허출원 동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