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재훈 한국몰렉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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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 물이 썩듯이 변화와 혁신이 없는 조직·사람·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붕괴합니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고경영자(CEO)의 역량이라고 생각해요.”

 이재훈 사장(55)은 한국몰렉스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이 사장이 한국몰렉스 사장에 취임할 때만 해도 회사 상태는 그리 낙관적이지 못했다. 시장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 반면, 한국몰렉스는 변화에 둔감했다. 회사 성장률도 점차 꺾이는 추세였다.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스피드’를 높일 필요가 있었어요.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 개발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는데, 특히 국내 세트업체들의 속도는 경이적인 수준이었죠.”

 그는 2007년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 제일 먼저 의사결정, 행동, 세트업체의 요구에 대한 대응을 신속한 체제로 개편했다. 이를 위해 조직체계를 유연하게 하고, 부서 간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 본부제를 팀제로 개편해 부서 간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했다.

 불필요한 업무절차를 생략하고, 담당자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하면서 사업 속도는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몰렉스의 신제품 개발 기간은 2~3달이었어요. 금형 샘플 제조, 양산 등에서 프로세스를 최소화해 늦어도 한 달 이내에 가능하게 했죠.”

 효과는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장은 직원들을 격려하며 우직하게 변화를 추구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효과는 점차 뚜렷해졌다. 몇 년간 1500억원대에서 머물던 매출은 지난해 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시장이 급성장한 덕분이다.

 이 사장은 올해 한국몰렉스의 기술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신규 채용할 100여명의 인력 중 상당수는 연구개발 담당자다.

 “국내 시장에 빨리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체 커넥터 개발 비중을 높여야 합니다. 아직 일본몰렉스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지만, 격차가 점차 좁아지고 있어요. 특정 제품은 한국몰렉스가 일본몰렉스보다 뛰어난 경우도 있죠.”

 그는 한국몰렉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재투자를 꾸준히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몰렉스는 한국기업입니다. 우리 회사 주주가 외국인이라고 해서 국내 기업과 구별할 필요는 없죠. 한국몰렉스는 비슷한 규모의 국내 기업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있고, 재투자도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몰렉스는 세계적으로 재투자율이 높은 기업이다. 특히 한국몰렉스의 재투자율은 각국 법인 중에서도 두드러진다. 일반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 대비 투자비율은 4%인데, 몰렉스는 7%다. 한국몰렉스는 매년 10% 이상을 재투자하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외국 기업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게 제 꿈입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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