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스마트 시대가 열렸다.
(3)‘스마트패드’ 패러다임을 바꾼다
#1. 어느 일요일 밤, 직장인 A씨는 거실 소파에 앉아 드라마 ‘시크릿 가든 시즌3’를 보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낮에 아이를 데리고 동물원에 다녀오느라 피로가 쌓인 탓이다. 그는 결국 다음날 아침에야 눈을 떴다. 본방송을 놓치고 말았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 A씨는 양복 주머니에서 스마트패드를 꺼내 N스크린 지원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했다. 전날 방송된 프로그램 목록에서 ‘시크릿 가든 시즌3’를 선택해, 빠르게 보다가 잠든 장면을 찾았다. 그리고 재생. A씨는 회사로 가는 지하철 내에서 남은 방송분을 마저 즐겼다.
#2. 보험설계사 B씨는 더 이상 업무를 위해 노트북PC를 쓰지 않는다. 각종 보험 상품을 소개하는 브로슈어도 필요가 없다. 스마트패드 덕분이다. 예전에는 이름·주소·직업 등 각종 고객정보와 보험 상품의 세부 내용을 노트북PC에 넣고, 고객을 만날 때마다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스마트패드를 업무에 활용하면서부터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것만으로 모든 작업이 가능해졌다. 회사는 모든 직원에게 스마트패드를 지급하면서, 관련 애플리케이션도 함께 개발했다. 보험 가입 고객 역시 스마트패드 화면에 나오는 그래픽만으로 자신이 가입한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스마트패드(태블릿PC)가 바꿔놓을 미래 모습이다. A, B씨 사례에서 보듯 스마트패드는 단순한 정보기술(IT) 기기를 넘어선다. 통신망과 연결돼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 기능과,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단말기 기능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이처럼 휴대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에서 노트북PC, 휴대폰까지 포괄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바로 스마트패드다.
◇스마트빅뱅을 여는 아이콘, 스마트패드=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가전 박람회 ‘IFA 2010’과 올 초 미국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 2011’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스마트한 제품’이었다. 특히 스마트패드는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패드’를 출시한 뒤부터 빠르게 스마트패드가 만든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패드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자책·PMP·미디어·PC 등을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전망도 장밋빛이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2011년 스마트패드 수요가 5480만대에 달하고, 이듬해에는 1억342만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트너 측은 “스마트패드가 전자책과 게임, 미디어플레이어 등을 통합하는 올인원(All in one) 특징을 갖기 때문에 관련 가전제품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가격 역시 300달러 이하로 떨어져 넷북과 같은 저사양 노트북PC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해 HP·모토로라·델 등 글로벌 업체는 저마다 신제품을 선보이며 기선 잡기에 나선 상태다.
◇‘N스크린’의 허브, 스마트패드=스마트패드의 상용화로 N스크린 서비스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N스크린 서비스란 스마트폰·PC·TV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 이용자가 어떤 기기를 통해서도 동일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에 기반을 두고 서버에 있는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이 보유한 기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N스크린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가정에서 TV를 통해 보던 동영상 콘텐츠를 다른 기기로 이어 볼 수 있게 된다. 끊김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가정에서는 TV, 밖에서는 휴대폰·PMP 등으로 기기를 분리해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는 점차 컨버전스 기기로 통합되고 있다. 이를테면 가정은 스마트TV로, 밖에서는 스마트폰으로 모든 기능이 융합되는 것이다. 특히 이들 기기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패드다.
스마트폰의 경우 모니터가 작다는 단점이 있지만, 모니터 크기가 7~10인치에 달하는 스마트패드를 활용하면 영상 감상도 한층 편리해진다. 이미 애플·야후·마이크로소프트·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고 삼성전자·LG전자도 N스크린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어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을 하고 있다.
통신업체도 마찬가지다. N스크린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통신망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업체 중에서는 SK텔레콤이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5일 ‘호핀(hoppin)’이란 이름의 N스크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호핀은 스마트폰을 TV 셋톱박스로 활용한 세계 최초 스마트폰 기반의 N스크린 서비스 플랫폼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는 최신 영화·드라마·뉴스·뮤직비디오 등의 동영상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우선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하며, 추후 다양한 스마트폰·스마트패드에서도 서비스 활용이 가능하도록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롱텀에벌루션(LTE) 상용화 시점에 맞춰 LTE 네트워크를 통한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스카이라이프 역시 올해부터 스마트패드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모바일 스카이라이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새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스마트패드는 미디어 환경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패드를 통해 서비스되는 매체가 발행부수와 광고수익 감소로 위기를 겪는 언론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미 뉴스와 정보를 제공받는 플랫폼이 변화함에 따라 이에 부응하는 새로운 방식의 매체가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은 애플과 함께 이달 아이패드용 디지털 뉴스페이퍼 ‘더 데일리’를 창간한다. 2일 공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더 데일리는 일주일에 99센트의 구독료를 받는다.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이 펀딩을 통해 공동 출범한 온라인 매체 유료 서비스 ‘온고(Ongo)’ 역시 비슷한 준비를 하고 있다.
전자책 업계도 스마트패드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잉크 기반 단말기에 비해 반응이 빠르고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스마트패드의 등장으로 책은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거듭나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보듯, 음악과 움직이는 그림이 탑재된 콘텐츠는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과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도록 제작됐다. 우리나라 역시, 유아·아동 대상 교재 출판사를 중심으로 스마트패드용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기업 시장 역시 ‘기대’=기업도 스마트패드를 활용한 ‘스마트워크’ 구현을 위한 계획 수립에 적극적이다. 다른 IT 기기보다 휴대성과 활용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의료원은 갤럭시탭을 활용한 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닥터 스마트’라는 이름의 서비스는 환자 이력과 엑스레이 사진 등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의사들은 갤럭시탭을 이용해 환자들의 상태를 관리하고, 출장 시에도 실시간으로 입원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
삼성화재는 최근 보상담당 직원들에게 갤럭시탭을 지급하고 현장 업무에 활용 중이다. 보상업무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현장업무자동화(FFA)’를 이용하면 사고 접수와 배상 업무를 현장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다. 기존에는 현장 상황과 사진을 PC로 옮긴 뒤 사무실로 전송해야만 했다.
웅진코웨이도 화장품 방문판매원에게 스마트패드를 지급했다. 고객관리 솔루션으로 실시간 주문·재고 관리·모바일 카탈로그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차량 정보·견적 산출 등이 가능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아이패드를 영업 직원에게 지급했다.
딜로이트컨설팅은 2011년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판매되는 컴퓨터 기기 중 절반 이상은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이 될 것”이라며 “판매되는 스마트패드의 25%는 기업이 구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bjkang@etnews.co.kr, 김원석· 양종석· 문보경· 허정윤· 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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