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부품업계에 ‘선두기업 효과’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세트업체들이 개발 모델수를 줄이는 대신 특정 모델에 대한 대량 판매전략을 구사하면서, 상위 협력사의 수혜폭은 커지는 반면, 후발 협력사들은 개발 모델수 하락의 직접적 영향 속에 실적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부품업종 내 선두업체는 고성장을 했지만 후발업체들은 역성장하는 ‘선두기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휴대폰 케이스 업계 대표 기업인 인탑스, 피앤텔, 신양엔지니어링 중 인탑스만이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인기제품인 갤럭시S, 갤럭시탭을 독점적으로 공급했기 때문이다. 반면 피앤텔, 신양엔지니어링은 공급 모델수가 줄면서 역성장했다.
카메라모듈업계에서도 1등 기업인 LG이노텍만이 대폭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대부분의 후발업체들은 매출이 하락했다. 모바일 안테나 업계에서도 대부분의 업체들이 부진한 가운데, 선두기업인 파트론만이 성장세를 보였다. 파트론도 갤럭시S, 갤럭시탭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빅 히트 모델을 잡은 선두기업과 그렇지 못한 후발기업간의 희비가 철저하게 엇갈린 셈이다.
해외 거래처 확보도 선발 업체가 유리해지고 있다. 노키아, 애플, RIM, HTC 등 해외 휴대폰 업체와 거래를 성사시킨 업체 대부분도 국내 업계에서 상위기업들이다.
선두업체가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향유하고, 후발업체들은 자연스레 도태되는 생태구조가 조성되고 있다. 기술개발, 인력 등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발기업은 선순환고리를 이어가고, 후발업체들은 매출 및 수익성 악화로 재투자 비중 축소하면서 기술에서도 뒤처지는 악순환고리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 LG 등 국내 세트업체들은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를 기반으로 현지화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기조였다. 그러나 스마트시대로 접어들면서 모델수를 줄이고 있다. 일반 휴대폰에 비해 스마트 제품 개발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출시한 모델수에 비례해 급증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비용도 주요 원인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운용체계(OS) 업그레이드는 물론, 피처폰 SW 업그레이드 비용도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고, 스마트폰과 피처폰 간 호환이 되지 않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피처폰 사용자가 스마트폰에 보낸 문자가 깨져 전송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제품들은 불량이 발생할 경우 세트업체가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면서 “세트업체들이 규모가 있고, 신뢰성 수준이 높은 선두 협력사를 활용해 제품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필연적이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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