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기관장에게 듣는다] <13> 천세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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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을 거치면서 ‘교육’은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가 됐다. 교육 이야기만 나오면 한국의 사례를 언급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전후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이 지금처럼 발전하게 된 계기에는 교육으로 인한 우수한 인재가 동력이 된 점을 세계 어디에서도 의심하지 않는다.

 한국의 교육 중에서도 최근에는 교육정보화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 등에 펼치는 ODA 사업도 활발하다. 이제는 해외에서 교육정보화 컨설팅을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한국의 교육정보화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개발도상국 교육관계자들의 방문도 잦아졌다. 그 중심에는 한국의 교육정보화와 역사를 함께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있다.

 천세영 KERIS 원장은 “한국의 교육이 많은 후진국에게 꿈과 희망을 줬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지난 한 해는 우리의 교육정보화가 전 세계를 향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KERIS도, 개인적으로도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KERIS는 올해 국제 사회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개발도상국과 후진국들에 교육정보화 모델을 심어주는 사업을 계속하는 한편, 선진국들과 협력해 글로벌 미래 교육 방향 설계를 주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리가 지금 미래 교육 설계를 잘 하고 있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에게는 우리가 하고 있는 것 같이 연구해야 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뒤에 있는 나라들에는 자신 없으면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발전해온 우리의 방식을 한번 따라해 보라고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대내적으로는, 교육의 수요자인 국민들에게 KERIS가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KERIS가 출범한지 12년을 맞았습니다. 올해 역점을 두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실질적인 부임 첫 해였던 지난해 추진해왔던 사업들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합니다. 우선 민간과의 적절한 역할 분배 부분입니다. KERIS가 1999년 시작할 때는 콘텐츠 개발 기관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이 역할을 할 곳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의 역량이 충분히 발달했습니다.

 민간의 역할이 커질수록 국가가 했던 일들을 민간의 자율성에 맡길 수 있도록 부드럽게 변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KERIS로서는 이미 민간에 넘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민간과 적절히 안배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된 교육정보화 로드맵을 그릴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주신다면.

 ▲예를 들어 디지털교과서를 살펴본다면, 원래 일반 교과서는 검인정을 거치게 돼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교과서는 모두 일괄적인 내용을 똑같이 공급하는 기존 서책형 교과서와는 달리 충분한 개인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디지털교과서 역시 처음 시작할 때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 개념으로 접근했습니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 속도를 예측하지 못한 것입니다.

 사이버가정학습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 교육 콘텐츠는 잘 하는 한명을 위해서도 선행학습을 제공해주고 못하는 한 명을 위해서도 잘 따라올 수 있는 개별 학습 내용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겨우 상·중·하 세 레벨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를 보다 세분화해 개별 학생 관점에서 개별적으로 학습하는 시스템으로 갔어야 합니다.

 사이버가정학습이나 디지털교과서 모두 민간 업체가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해서 제공하고 수요자가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KERIS는 그 가운데서 플랫폼 표준과 내용 표준을 책임져 원활한 학습의 도우미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지난해 이른바 ‘독서통장’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딜레마가 있습니다. 교육정보화를 국가 주도의 큰 시스템으로 가면 맞춤형으로 구축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대로 독서통장처럼 개별 업체에게 맡기는 체제로는 국가가 보호해야 할 개인보호에 대한 책임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독서통장이 거대한 나이스 시스템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 이유는 전자에 해당합니다. 그 상태에서 독서통장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나니 그 속에서 부당한 이익을 챙기려는 시도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보안을 위한 해결 방안은 국가 시스템 안에 가두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이제 모든 학생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독서 통장을 가지게 됐습니다.

 대기업이야 큰 프로젝트로 살아나가지만 작은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독서 통장 시스템 처럼 개별 학교를 상대로 사업 영역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생기는 문제점 또한 컸습니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국가와 민간의 영역을 부작용이 없도록 가장 조화롭게 설정해 나가는 것입니다.

 -원장으로 취임한 지 만 1년이 지나는 동안 교육정보 데이터베이스(DB)의 활용을 꾸준히 강조해 왔습니다.

 ▲올해를 교육정책연구 정보 DB 공개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입니다. 국가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에 수많은 시스템에 집적된 정보들은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합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교육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해놓은 나라가 없습니다.

 2010년 1년 동안 효율적인 공개 방식을 위해 씨름해 왔습니다. 2월 중에 획기적인 정보 DB 공개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익명성 보장을 전제로 학생들의 체력과 체격, 성적, 가르친 교사와 다니는 학교 등 지극히 기본적인 학습 과정을 포함해, 국가성취도 평가 자료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1단계 공개는 1만개에 육박하는 학교 단위로 갑니다. 그동안 이뤄졌던 정보공시에선 두 개 학교를 비교하려면 직접 개인이 찾아가며 해야 했는데, 이를 한꺼번에 서비스 하겠다는 것입니다. 교사들이 데이터를 모으느라 허비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잘하는 교사’에 대한 정보 공개입니다. 훌륭한 교사와 훌륭한 학교, 좋은 수업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다른 교사와 학교도 벤체마킹할 수 있도록 하고,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다시 수업을 듣고 싶을 경우 다시 들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학교에 IPTV 방송국을 만들고 UCC 제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KERIS의 새로운 10년에 대한 구상을 그려주신다면.

 ▲KERIS의 2011년 경영 슬로건은 ‘커넥트 글로벌 & 크리에이티브 퓨처(Connect Global & Creative Future)’입니다. 중요한 두가지 키워드는 ‘연결’과 ‘창의’입니다. 우선 대한민국 교육이 인류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해간다는 비전으로 국제기구나 글로벌 리더 등 여러 국제적 네트워크를 추진하려고 합니다.

 사실 ‘교육’에는 근대적이고 집단적인 학교 개념이 담겨 있습니다. 21세기 교육의 미래를 설계해보면 모든 개인에게 적절한 학습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는 기술 발전에 따른 상호간의 연결과 소통으로 가능합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연결되고 사물과도 소통하며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미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이러한 연결과 소통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습니다. 즉, 개인간의 집단적 소통이 창조의 기반인 것입니다. 교육 정보화가 발달되면 교사와 학생이 언제든지 1대 1로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여기선 ‘스쿨링(Schooling)’의 개념보다 ‘커넥션(Connection)’의 개념이 훨씬 우위를 점합니다.

 KERIS는 기술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입니다. 발달된 한국의 IT기술을 이용해, 후진국과 개도국을 도와주고 선진국과는 미래 설계를 함께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천세영 원장은

 천세영 원장은 1956년 제주도 북쪽 다도해 섬마을 추자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을 추자도에서 보낸 뒤 서울 배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 교육학과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교육통계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다.

 천 원장은 한국교육개발원과 충남대 교수 재직 시절, 고등교육 및 지방교육재정 관련 정책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교육부 정책심의회 위원,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자문위원,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역임하면서 대입 자율화 및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 등 신정부의 교육정책 기저 확립에 공헌했다.

 또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간사 및 OECD 한국자문관 등을 거치며 국제적 교육격차 해소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9년 12월 1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제6대 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실증적 통계에 기반을 둔 교육자료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체감하는 교육학술정보화 서비스를 정착시키는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또 정보공개와 공유에 대한 신념이 강해 RISS, KOCW 사업 등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평소 말을 아끼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올바른 교육 방법에는 누구보다 원칙과 신념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11년 KERIS는

 2011년 KERIS는 “교육학술정보화를 선도하는 세계 최고의 파트너”라는 비전과 함께 다양한 정책연구 및 관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KERIS는 △디지털 교수, 학습체제 실현 및 교육 행정 고도화 △국가 학술 연구정보 활용 극대화 및 교육 정책지원체제 조성 △Clean & Green 기반의 안전하고 건전한 사이버 환경 조성 △글로벌 선도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 등 4가지 주요임무를 강화한다. 특히 지난해 말 단행한 고객 중심 경영 지향의 조직개편을 통해 4가지 주요임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우선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지원체제 구축이라는 전략목표 아래 에듀넷, 나이스 등의 주요 교육정보서비스의 통합, 연계 체제 운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활용도를 높이고 콘텐츠 유통구조를 선진화 한다는 방침이다. 또 일선 교원의 교육 활동 및 교육 행정 효율화를 위한 지원도 대폭 확대할 전략이다.

 학술연구 정보 활용 극대화 및 교육정책 지원 체제 조성에도 나선다. RISS를 통해 다양한 국내외 학술자원 제공으로 연구역량을 높이고 실증적 자료에 기반한 정보공시서비스로 정책지원 체제를 마련한다. 미래교육 선도 모델을 만들기 위해선 ‘미래학교 1·2·3’ 종합계획 수립하고 ‘참여형 가상 미래학교 체험관’ 및 거점형 모델학교 설립을 추진한다.

 한국의 교육정보화 역량을 세계로 전파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한다. 국제컨설팅 및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속하면서 월드뱅크,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 및 다자간 공동 협력사업 추진한다.

 또 교육기관 정보화 수준 진단 지표 개발 등 교육기관의 정보화 역량 수준 강화에 나선다. 교육기관 보안관제 및 정보시스템 운영 인프라 안정화 및 선진화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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