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고근견지(固根堅枝)

 ‘뿌리가 튼튼해야 꽃도 열매도 소담스럽고, 바람이 불어봐야 실함을 알 수 있듯’

 이종환 시인의 ‘뿌리’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굳이 시 구절을 인용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용비어천가’의 한 대목이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좋은 꽃이 피어나고 많은 열매가 열리나니.’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곧게 자라고 열매도 탐스럽다는 동서고금 진리를 사자성어로는 고근견지(固根堅枝)라고 한다. 요즘 들어 이 말이 더욱 가슴 절실하게 느끼지는 이유는 최근 뿌리산업이 튼튼하지 않고서는 첨단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광주광역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금형산업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향후 4년간 600억 원을 투입, 금형시험생산(트라이아웃)센터를 중심으로 하이테크 금형산업을 집중 육성하기로 한 것이다. 금형산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함으로써 첨단 광산업도 동반성장이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IT생산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 대구경북도 금형과 부품소재, 표면처리 등 뿌리산업의 산업적 인프라가 적지 않다. 그러나 종업원 20인 이하 영세기업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최근 지역의 기업지원기관들은 뿌리산업에 IT를 접목해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는 주장을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실제로 뿌리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단이 실질적인 업무를 시작했고, 각 기업지원기관에서도 뿌리산업분야 기업들의 제품을 고부가가치화하는 다양한 지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첨단 신산업에만 올인하던 지자체에서도 바닥을 다질 수 있는 전통산업의 IT화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튼튼하고 깊은 뿌리는 가지를 곧게 성장시키고 열매도 탐스럽게 열리게 해준다. 지난 4년 전 수목원에서 얻어와 정원에 옮겨 심은 살구나무 모종이 오랫동안 뿌리를 깊이 내려 벌써 사람 키 높이 두 배로 자랐다. 내년 봄엔 새콤달콤한 살구 맛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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