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경영노트]이봉우 멜파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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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는 태어나기 위해 알과 싸운다. 알은 곧 세계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에서

 이봉우 멜파스 사장(55)이 가장 좋아하는 글귀다. 그는 ‘폐기 학습’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자다. 직원들에게 ‘하나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하나를 버리는 것이 더 이롭다’고 늘 강조한다. 이는 그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2004년 삼성전자에서 임원을 그만둘 때만 해도 중소기업 사장이 되겠다는 생각은 결코 없었다. 그러나 운명처럼 멜파스라는 기업을 만나게 되고, 결국 대표이사직까지 맡게 된다. 당시만 해도 멜파스는 7명의 핵심인력이 주축이 된 작은 벤처기업에 불과했다. 좋은 직장을 찾고자 했다면,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라는 타이틀로 훨씬 좋은 중소기업 사장직을 찾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도전정신과 열정이 그를 멜파스로 이끌었다.

 3개월 동안은 무임금으로 회사를 다니고, 대표이사직 수락을 결정하기로 했다.

 “예전의 생각과 관념을 비워낼 시간이 필요했어요. 알에서 나와야 한 거죠. 3개월 동안 철저히 대기업 임원의 떼를 벗겨냈어요.”

 이봉우 사장은 요즘에도 하루 중 1시간 이상은 산책을 즐긴다. 주말에는 홀로 산에 오른다.

 “쓸모없는 생각과 아집을 비우기 위해 저 자신과 대화할 시간이 꼭 필요해요. 이를 위해 등산이나 산책을 주로 활용하는 편이에요.”

 대기업에서는 자기 조직이 있고, 책임이 따른다. 잘못된 책임의식 때문에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도 강해진다. 유한한 자원도 대기업과는 다른 환경이다. 대기업은 자금·인력 등 자원이 풍부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유한한 자원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봉우 사장이 멜파스에 입사해 제일 먼저 한 일이 자금을 구하러 다니는 것이었다. 당시 멜파스는 자본잠식 상태였다.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없었다. 이 사장은 어렵게 10억원의 자금을 유지했다. 그 중 절반을 뚝 떼어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이미 있는 시장에 진입해 독특한 기술로 그 제품을 대체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정했다. 당시엔 LG전자의 초콜릿폰이 인기를 모았는데, 특히 터치키 기술이 주목받았다. 멜파스는 자체 기술력으로 쉽게 외산 제품보다 더 좋은 제품을 개발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멜파스의 기술력을 믿고 선뜻 제품을 채택했다.

 연매출 1억원도 안 되던 기업이 터치키 출시 이후 201억원(2006년)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는 터치키 이후의 유저인터페이스(UI)로 터치스크린을 주목했다. 곧바로 기술 개발을 지시했고,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자체 기술을 확보했다. 터치스크린 덕분에 멜파스는 불과 3년 만에 연매출 25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이봉우 사장은 소통과 시스템을 강화해 중견기업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직원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는 그이지만, 회사가 커지고 직원수가 늘면서 직접 대면하는 횟수가 줄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봉우 사장은 시니어보드(과장 이상급), 주니어보드(대리 이하급)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각 모임에서는 자유 주제로 여러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고, 이를 사장에게 보고한다.

 오는 2월부터 멜파스가 운영하기로 한 ‘모바일 카페’도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다. 모바일 카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앱으로 멜파스 직원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변화가 중요하지만, 하루에 1%씩만 개선되면 성공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의 틀에서 보면 365% 개선됐다는 거 아니겠어요. 인내를 가지고 멜파스를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변화시킬 겁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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