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 민영화는 성공적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민영화 추진 속도에 강약을 보완해야 합니다. 진행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사상 첫 기관 매각을 통한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는 안전성평가연구소(KIT) 권명상 소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기관매각을 서두르는 정부와 매각 반대를 외치는 직원들 사이에 끼여 속은 ‘시커멓게’ 탈대로 다 탄 그다. 말 한마디의 반향이 얼마나 클지 잘 알기에 그동안 언론접촉은 피해왔다. 그런 그가 전자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기관매각의 속도 조절론을 들고 나왔다.
“정부 정책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기관장 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속도대로라면 잃는 것이 더 클 것입니다.”
권 소장은 ‘속도조절론’의 근거로 크게 두 가지를 거론했다. 우선 800억원을 들여 건립한 정읍 분소가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져 있지 사실상 활성화는 전혀 안된 상태라는 것. 국가 차원의 완벽한 전임상시험을 수행하려면 대전 본원과 정읍 분소 간 유기적인 협력체제는 필수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차 입찰공모에서 응찰기업이 단 한곳도 나오지 않았던 이유가 정읍 분소의 가동이 정상적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2차 입찰에서도 2개 기업이 관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매각 예상가와 응찰가 사이에는 수백억원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소장은 두 번째 이유로 올해 예정된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청(EMEA)의 현장사찰 통과의 의미를 들었다. 동아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의 독성·안전성시험 통과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풀패키지로 평가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KIT는 임상시험대행(CRO)에 관한 국제적인 자격을 인정받느냐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통과되면 세계적인 임상기관이 되는 것입니다.”
권 소장은 “이 사찰을 올해 내에 잘 마무리한다면 KIT의 브랜드 가치는 현재와는 비교도 할수 없게 된다”고 설명하며, “KIT가 제 값을 받기 위해서라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권 소장은 이와 함께 “정부가 추진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시험 능력을 보유한 곳은 아시아에서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KIT밖에 없다”며 “식약청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경우 GLP(우수실험실 기준)시설이 없기 때문에 석면오염 등 국가적, 사회적인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KIT같은 시설을 다시 만들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KIT는 올해 내 KIT진주환경독성연구센터를 완공한다. 이 센터가 완공되면 우리나라 독성·안전성 평가체계는 대전 본원과 지난해 지은 정읍분소와 함께 역할과 기능이 3각체제 형태를 갖출 전망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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