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의 다리` 공약, 오 시장의 `립서비스`로 끝나나?

 “‘수출의 다리’로 인한 G밸리 교통문제, 꼭 챙기겠다.”

 작년 10월 29일 ‘G밸리 기업 1만개 돌파 기념식’에 참석해 오세훈 서울 시장이 공약한 말이다. 오 시장은 이날 행사에서 G밸리 입주 기업인들로부터 교통난이 심각하다는 얘기를 듣고 이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3개월이 흘러 신묘년 새해가 밝았지만 G밸리 교통난에 대한 서울시 대책은 구체화된 것이 없다.

 전자신문이 서울시 도로교통과에 확인한 결과 올해 G밸리 교통 관련 사업은 3단지 ‘두산길’ 인근 왕복 2차선 지하차도 공사와 서부간선도로 진입로 연장 공사가 전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두산길’ 지하차도를 이용해 국철 경계선을 넘는 길이 추가되면 ‘수출의 다리’ 소통량이 분산되고, 서부간선도로 진입로 연장으로 자동차 꼬리물기 현상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G밸리 입주 기업인들은 “서울시가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며 냉소적인 반응이다. 사무실 밀집 지역과는 거리가 떨어져 있는 두산길 지하차도와 서부간선도로 진입로를 연장하는 것만으로는 G밸리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 특히 두산길 지하차도의 경우 오 시장의 발언이 있기 전부터 계획된 것이어서 서울시의 추가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자가 지난 21일 저녁 6시부터 7시 사이에 지하철 2호선 대림역과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잇는 복개도로에서부터 ‘수출의 다리’까지 2㎞가 채 안되는 거리를 차량으로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1시간 15분이다.

 실제로 퇴근 시간이 되면 ‘수출의 다리’ 부근은 주차장이나 다름없다. 오죽했으면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몸을 풀까? 명절 귀성길 고속도로에서나 볼 수 있는 이 같은 풍경이 G밸리에선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사실상 교통량이 포화상태를 넘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입주 기업이 계속 늘어나면서 갈수록 교통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최근 석 달 사이 ‘수출의 다리’ 주변에는 100여개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지식산업센터가 3곳이나 생겼다.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설 때마다 G밸리 입주 기업들과 직장인들은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보다는 교통지옥을 먼저 걱정한다.

 오 시장의 공약으로 한껏 부풀었던 G밸리 기업인들도 서울시의 추가 대책이 나오지 않자 하나 둘씩 기대감을 접는 분위기다. “대기업과 부유층들이 밀집한 중구와 강남구에만 관심 있지 서울 끝자락에 있는 벤처기업 단지인 G밸리에 관심을 갖겠냐”며 냉소적인 반응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G밸리 입주사 대표 모임인 경영자협의회가 교통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다. 협의회는 당장 도로·환경분과위를 구성하고 3월부터 지자체들과 협력해 교통체증 실사, 환경개선 제안 등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또 G밸리 관리기관인 산업단지공단 서울지역본부와 TF를 구성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서명운동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영재 경영자협의회장은 “G밸리는 기업뿐만 아니라 식당 종사자들까지 합치면 15만명이 왕래하는 곳”이라며 “도로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버스노선 확대, 셔틀버스 운행 등 다양한 시각에서 서울시가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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