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고순동 삼성SDS 사장
△김대훈 LG CNS 사장
△오해석 대통령실 IT 특보
△이지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
△정철길 SK C&C 사장
(가나다 순)
△사회:김상룡 전자신문 취재총괄 부국장
◇사회(김상룡 전자신문 취재총괄 부국장)=국내 IT서비스 산업은 지난 30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정부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공급했고 국가경제에 기여했다. 그러나 스마트 혁명 등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사회·경제적 환경이 바뀌며 IT서비스 산업의 새로운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가 발전을 위해 IT서비스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보자. 먼저 IT서비스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자.
◇이지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전무=IT서비스 산업은 그 위상에 걸맞은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IT서비스 산업은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4가지 전제조건인 △시장의 크기 △지속성장가능성 △수출 기여도 △고용창출능력을 고루 갖췄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지난해 전 세계 IT서비스 시장 규모를 8500억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메모리, LCD, 휴대폰 3개 산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이 중 북미와 유럽이 전체 시장의 73.6%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공공·금융·제조·통신·서비스 부문이 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돼 올해 수출 전망도 밝다. 다른 업종에서는 ‘고용 없는 성장’이 문제로 떠올랐다. 반면에 IT서비스 산업에서는 ‘매출=고용창출’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그것도 대졸 이상 고급인력의 고용이 대부분이다.
◇사회=올해 IT서비스 주요 3사의 사업구상은.
◇고순동 삼성SDS 사장=올해 경영방침은 ‘창의와 혁신’을 바탕으로 한 성장이다. 과거 IT서비스의 역할이 기업·조직이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해당 기업이 창출하는 서비스나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부품으로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바로 엔터프라이징 컨버전스 서비스(Enterprising Convergence Service)다. 성장의 전제조건인 해외시장을 개척하려면 제품화된 것을 들고 가야 한다. 현실화되면 올해 전체 매출 중 30%가량을 해외에서 벌 수 있다. 이를 위해 전자정부와 스마트 사회간접자본(SOC:교통·전력·의료·환경·교육 등 사회간접자본이 되는 인프라에 IT를 접목해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활동)이라 불리는 스마트 인프라 리스트럭쳐 엔지니어링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그룹 차원의 모바일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플랫폼 사업에 역점을 두겠다. 스마트플랫폼은 다양한 콘텐츠·SW개발자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로 구축할 계획이다.
◇김대훈 LG CNS 사장=IT서비스가 한 차원 더 높은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시도하던 기존 관행을 완전히 바꿔야 할 것이다.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솔루션을 개발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향후 10년간의 사업비전을 발표하며 10가지 신성장 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뼈대는 다른 산업과 IT를 융합한 스마트 비즈니스다. 모바일 SW, 생산현장 자동화, 스마트 그린시티, 헬스케어 등에서 매년 30%씩 성장할 것으로 본다. 현실화되면 해외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10년 안에 전체 고객 중 해외 고객의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철길 SK C&C 사장=IT서비스 산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봐야 한다. 단순히 구축하고 운영하는 식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미 대학생이 될 만큼 성숙한 IT서비스업종이 기존 방식으로 얼마나 키가 더 자라겠는가. 이제 ‘질적 성장’을 해야 한다. 성장의 키워드는 △모빌리티(mobility) △단순한 데이터 센터 개념을 초월한 녹색 IT(Green by IT) △성장의 바탕이 될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본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시스템통합(SI)이 아니라 시스템의 뼈대를 그릴 수 있는 아키텍처 역량과 시스템에 들어갈 솔루션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프로덕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소SW 전문업체와의 협력도 이뤄질 것이다. 그룹 내 통신·에너지·화학·공공·금융·제조 등 계열사와 협력해 강점이 있는 부분은 솔루션화하고 패키지화할 계획이다. 단순히 수수료를 받는 구축사업자가 아니라 서비스 사업자로 업태를 개선해야 한다.
◇사회=국가 차원에서 IT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오해석 대통령실 IT 특보=주요 3사의 새해 매출을 다 더하면 총 10조원에 달한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올해 IT서비스를 이용해 서비스 산업 전체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게 하겠다. 재정부 등 각 부처에 이 같은 내용을 널리 알려 다각도로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
◇사회=3사 대표가 누차 강조했듯 이 업계의 최대 이슈가 글로벌화를 통한 수출확대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김대훈=해외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지 7~8년이 됐지만, 전체 매출액 중 수출 비중이 10%에 머무르고 있다. IT강국인 한국에서 레퍼런스(실적)를 풍부하게 보유했다는 것만으로는 해외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거두기 어렵게 됐다. 다만 이제부턴 다를 것이다. 솔루션이나 플랫폼을 직접 수출하며 단독으로 진출하기보다는 현지 파트너들과 협업해 시장에 침투할 계획이다. 전자정부, 스마트카드, u시티가 핵심으로 3500억원 가량 수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자정부 사업은 인도네시아 등에서 호조를 보일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금융 쪽 사업을 수주한 사례를 바탕으로 10여개사와 시스템 구축을 논의 중이다. 한국에서 금융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한 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동시에 LG전자를 지원하며 스마트카드 산업도 진행한다. 국내 병원 정보화시스템을 미국향으로 개발했고, 다음 달 미국 전시회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중동에서는 u시티, 즉 스마트 그린 시티를 패키지화해 공급할 계획으로 구체적인 얘기를 진행 중이다.
◇정철길=올해 목표 매출액의 10%를 해외에서 벌어들일 계획이다. 반드시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는 당위론과 이를 뒷받침할 체계적인 전략을 고민했다. 결론은 솔루션, 즉 기술 수준을 높이고 구축에 이은 서비스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각오를 세웠다. 주요 분야는 금융, 모바일, 전자정부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모바일 커머스 사업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솔루션 판매금액과 함께 가입자 이용량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3년 내 이 분야에서 북미 시장 1위 사업자로 등극하는 게 목표다. 2015년이 되면 서비스 수수료로만 매년 수억달러 를 벌 것으로 본다. 최근에는 마스터카드로부터 자체 개발한 모바일결제 관련 솔루션 ‘TSM(Trusted Service Management)’의 GVCP(Global Vendor Certification Program) 인증을 북미 TSM사업자로는 처음 획득하기도 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 그룹사 차원에서 선단형으로 제품을 함께 수출하는 모델을 추진 중이어서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본다. 미국과 유사한 모바일 사업을 중국에서도 진행한다. 화웨이를 통해 차이나 텔레콤과 모바일 지불사업을 할 계획이다. 미래 먹을거리로 이 같은 솔루션과 SI를 병행한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모바일 보안, 3차원(D) 증강현실(AR), 정보통신(ICT) 융합 분야,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솔루션 등이다.
◇고순동=올해 전체 매출 중 30%가량을 해외에서 벌 계획이며 오는 2015년에는 전체 매출의 절반을 해외에서 벌 것으로 본다. 엔지니어링 컨버전스는 스마트 인프라스트럭처 엔지니어링(스마트SoC), 모빌리티, 헬스케어에 분야에서 성과를 낼 계획이다. SI사업은 차량, 도로, 환경, 항만에 집중한다. 우선은 전통적인 IT 서비스, 즉 우리가 이미 경험했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것을 현지화하는 식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룹차원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구축해 봤다. 우리가 전자정부로 코스타리카에서 성공했던 것도 이 같은 접근법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성공의 씨앗을 뿌려 확대하면 된다. 다음 단계는 우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고객을 선도하는 것이다. 4~5년 후에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며 글로벌 차원에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회=협업을 통해 생태계를 만드는 게 절실하다는 의견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상생전략이 있는지.
◇이지운=국내 대형 IT서비스기업 6개사와 전문SW기업 및 협력기업은 ‘SW산업 대중소상생협력위원회’를 발족하고 해외진출, 연구개발(R&D), 인력교육 등 6개 분야에 걸쳐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진출 분야는 대형 IT서비스기업과 중견 SW기업이 협력해 해외에 동반 진출하는 것으로 오는 2015년까지 IT서비스 및 SW 수출 실적을 매출액의 10%에서 25%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공정거래를 위해 구매제도를 개선하고 파트너십도 강화된다. 대중소 기업 간의 금융지원 정책도 개선된다.
◇정철길=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경쟁체제를 확립해 사업자의 협업을 활성화하고 동시에 동반자적 상생문화를 정착해 국내 IT서비스 산업 전반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법이나 제도를 통한 강제가 아닌 대기업을 중심으로 CEO가 직접 실천에 나서 IT서비스 산업 발전을 위해 서로 어떻게 협력할지 진지하게 논의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스스로도 먼저 다가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고순동=2011년은 SW와 IT서비스를 포함한 전체가 동반성장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동반성장위원회가 이를 평가할 계획으로 있는 만큼 동반성장 생태계의 기틀을 마련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SDS는 1월부터 보다 효과적인 상생협력 업무 추진을 위해 ‘상생협력사무국’을 상설조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성장역량 강화를 위한 품질교육과 경영멘토링, 해외사업 동반진출, 기술임치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사회=정부는 최근 올해를 ‘스마트 원년’으로 선포했다. IT융합, 스마트환경으로 인한 변화가 어떤 기회가 될까.
◇정철길=스마트의 핵심 역량, 즉 코어 드라이빙 프로세스가 바로 IT다. 스마트 혁명을 이끌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것이 IT서비스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가령 클라우드 컴퓨팅을 예로 들면 단순히 IT자원을 판매하는 차원이 아니라, 클라우드 원천기술을 하드웨어든 다른 인프라에 융합하는 경우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도 자세히 살펴보면 배터리 관리 기술 등 IT업체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고순동=왜 스마트와 융합(converged)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고민해보자. 과거에는 단말기를 접점으로 한 솔루션과 서버가 단절됐다. 때문에 IT가 실제 삶의 질을 높이는지 체감하기 쉽지 않았다. 이제는 같은 범주로 융합하면서 IT로 삶의 질이 고양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수없이 널려 있는 인프라스트럭처 간 의미 있는 정보가 오가는 것이 바로 스마트 혁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IT서비스 기업은 의미 있는 역할을 해야 하며 삼성SDS의 역할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묻고 있다. 우리만 잘살자고 하면 안 되고 개방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김대훈=지난해 7월 발표한 비전이 ‘스마트 기술과 서비스(smart technology & sevice)’였다. IT를 기본으로 다른 산업과 융합하는 컨버전스가 필요하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아우디의 CEO가 SW엔지니어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모든 산업은 IT, 그 중 SW와 결합할 것이다. 다른 회사와 협업해 스마트빌딩, 스마트시티, 스마트 헬스케어 등을 육성하겠다.
◇사회=정부 차원에서 IT산업 육성정책은 무엇인가.
◇오해석(대통령실 IT특보)= 전자정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스마트 전자정부를 추진하겠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스마트TV까지 연결되는 과정에서 큰 시장이 열릴 것이다. 정부는 곧 스마트TV육성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 유통분야와 스마트 환경을 접목한다.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했던 u시티도 중요하다. 현재 답보상태지만 보다 다양한 체감형 서비스를 내놓으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이외에 10개 중앙부처에서 모여 향후 스마트 기반 행정서비스가 무엇이 있는지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IT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SW산업 해외 진출을 위해 다각도로 지원할 계획이다.
◇사회=제도개선 등 IT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제언을 끝으로 좌담회를 마무리할까 한다.
◇이지운=IT서비스 산업 육성전략 마스터 플랜을 수립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접근방식으로 산업육성에 나서야 한다. 부가가치가 낮은 시스템 통합 사업(SI)중심에서 컨설팅, IT융합, 스마트 SoC 분야로 무게중심을 이동해야 한다.
◇김대훈=대승적 차원에서 협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IT서비스가 해외에서 가시적이고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게 정부·업계·학계가 서로 힘을 뭉쳐야 한다.
◇정철길=IT서비스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사항은 정부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현재 민간기업이 해외사업 진출에 필요한 각종 행정절차나 정부 지원사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업무영역에 따라 부처별, 기관별로 분산 운영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이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많은 시간과 인력, 자원을 투입해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기업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현지 국가의 다양한 법규정 및 사업환경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제공하고 글로벌 소싱 정보 서비스 확대, 월드뱅크,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개발금융기구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지원 서비스도 늘려야 한다.
◇고순동=IT서비스는 글로벌화된 산업으로 한 국가의 베스트 프랙티스(Practice)가 표준 플랫폼이 돼 다른 국가로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산업 특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경험과 실력을 쌓은 대기업이 성공적으로 해외 선진국 및 개도국에 진출할 수 있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SW와 IT서비스 산업·서비스 간 융합을 촉진해 역동적이고 새로운 IT 산업구조를 창출할 수 있게 법·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정리=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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