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호프만의 실리콘밸리 미래]〈5〉실리콘에서 모바일 밸리로

　사람들은 어딜 가든 ‘모바일’에 대해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2011년을 예견해봤던 지난번 칼럼에서 모바일 앱의 빅뱅과 모바일 결제를 올해 주목할 분야로 강조했다. 오늘은 모바일 이슈를 좀 더 거시적으로 바라보자.

　사실 반도체 칩 본고장인 실리콘밸리는 더 이상 칩이 아닌 모바일 개발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반도체 회사에 대한 벤처 투자는 작년 3분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36% 하락한 1조원을 기록했다. 이제 우리는 이 지역을 ‘모바일밸리’로 불러야 할 것 같다.

　1980년대 PC산업 구도를 먼저 살펴보자. 당시 PC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운용체계와 인텔 동맹 관계에서 탄생한 ‘윈텔(Wintel)’이 주도했다. PC 관련 에코시스템 전체는 윈텔을 중심으로 형성됐고 그 결과 많은 관련 기업이 성장했지만 ‘혁신’이라는 측면에서는 불구가 되고 말았다. 인텔이라는 한 회사가 차세대 PC의 혁신을 좌지우지했기 때문이다. 인텔의 표준화 작업으로 노트북 컴퓨터를 비롯한 모든 PC는 상당한 수준의 동질성이 형성됐다.

　그러나 이는 모바일 시장에 비하면 아주 단순하기 그지없다. 모바일 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핵심 요소는 관련 기업의 다양성과 플랫폼 단에서 개발 경쟁이다. 애플 아이폰이 기존 모바일 폰 시장을 뒤흔들며, 시장을 주도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구글의 안드로이드 역시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이 시장에서 성공이 창의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여실히 입증했다. 노키아·HP 등 기타 스마트폰 운용체계를 제공하는 기업이 주목을 받지 못한다 해도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최소 두 개 회사는 존재하는 셈이다.

　스마트패드(태블릿PC) 시장을 살펴보면, 애플 아이패드가 그 가능성을 먼저 보여준 가운데, LG와 삼성을 포함한 100개 이상의 스마트패드 기업들이 올 한 해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북미 기업이 주도했던 PC시장과 달리 이제 모바일 시장은 기회를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세계의 모든 기업에 기회가 열려있다. LG전자의 마케팅 담당 임원 중 한 명이 지난 여름 월스트리트 저널에 “새로 출시될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패드가 아이패드를 능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모바일 시장에 임하는 기업으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닌가 한다. 이 호언장담의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핵심은 모바일 시장이 ‘혁신’을 가장 중점으로 두고, 대기업과 신생기업 모두에 대박 성공의 가능성과 꿈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꿈은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부품 제조업체에도 해당된다. 하드웨어 기업이 인텔에만 의존했던 PC시장과는 달리 모바일 시장은 OEM 기업이 주도할 것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제품을 혁신시키고 시스템에서 OEM기업과 통합될 수 있도록 호환성을 제고하는 하드웨어 기업에는 희소식이다.

　그래서인지 실리콘밸리의 많은 신생 기업이 모바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PC 하드웨어 기업을 따돌리고 있다. 반도체 기업인 ‘밉스(MIPS)’가 좋은 예다. 밉스는 이번 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자사 프로세서 구조에 기반을 둔 스마트폰 2종과 여러 스마트패드를 선보였다. 밉스는 생소한 기업일 수 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밉스의 성장 가능성은 빠르게 퍼져나가 지난 12개월 간 주가가 300%나 뛰어올랐다.

　앞으로 모바일 시장은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양산할 것이고, 2012년에는 스마트패드 시장이 정리될 것이다. 가장 좋은 소식은 이 새로운 가능성의 생태계가 표준화된 단일 플랫폼이 아닌 다양성과 혁신으로 커가고 그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루 호프만 호프만 에이전시 사장 lhoffman@hoffm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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