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상생 기획](상)상품 디자인에서 마케팅, 판매까지

 TV홈쇼핑이 중소기업과 상생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TV홈쇼핑 입장에서 실줄처럼 엮여 있는 중소기업은 든든한 우군이다. 유통 채널의 하나인 홈쇼핑에게 중소기업은 고객을 사로잡는 실질적인 경쟁력이다. 홈쇼핑과 중소기업의 상생모델도 점차 다양화하는 추세다. 금융과 기술·교육 지원은 물론 디자인 상품 공동 개발과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보다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모델을 그려가고 있는 것. 이에 전자신문은 GS샵·CJ오쇼핑·롯데홈쇼핑 등 국내를 대표하는 ‘빅3’ 홈쇼핑이 추진하는 상생 현장을 찾아 갔다. 또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는 기획시리즈를 3회에 걸쳐 준비했다.

 

 (상)상품 디자인에서 마케팅, 판매까지

 <케이스 사례>GS샵과 코멕스

 

 2010년 하반기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 만족 자율관리 프로그램(CCMS) 인증을 획득한 기업 74개 중 51개는 홈쇼핑 협력회사다. 올해 1월 1일 기준 106개사가 인증기업으로 등록될 예정인데, 지난 하반기 인증으로 홈쇼핑 협력회사가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공정위가 지난 2005년부터 시행해 온 CCMS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소비자불만 사전예방, 피해 발생 시 신속대처 능력이 있음을 인증하는 제도. 이처럼 홈쇼핑 협력회사가 대거 인증을 받은 이유는 지난해 7월 주요 5개 홈쇼핑 업체와 중소 협력업체들이 CCMS 합동 도입 선포식을 가진 후 교육·컨설팅·평가비용·포상금 등 CCMS 인증을 위한 다방면의 지원이 결실을 맺었다는 후문이다.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코멕스산업. 1971년부터 40년간 밀폐용기 등 주방생활용품을 만들며 ‘한 우물’을 파왔다. 코멕스는 지난해 4월 선보인 친환경 밀폐용기 ‘클로켄’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인 ‘iF제품 디자인 어워드 2011’을 수상한 데 이어 국내외 반응도 속칭 말해 ‘대박’이 난 것. 지난 1년간 국내에서만 13만개를 판매하며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미국·싱가포르·중국 등 해외 18개국에 12만개를 수출하는 쾌거도 이뤘다. 영국·독일·이탈리아 등의 유럽시장 진출이 확정됐고 올해 50여개국으로 수출을 확장할 계획이다.

 코멕스산업 성공 뒤에는 GS샵이 있다. GS샵은 클로켄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코멕스산업과 공동으로 상품제작을 진행했다. 2009년 GS샵은 코멕스산업에 밀폐용기를 먼저 제의했다. 코멕스 산업의 장인정신과 제품 기술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를 마케팅으로 연결하는 고리가 약했던 것이 안타까웠던 것. 게다가 GS샵은 회사 내 ‘디자인TF팀’을 꾸린지 얼마 안 돼 중소 협력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했던 상황이었다. 코멕스산업은 그 특별한 프로젝트의 1호가 됐다.

 GS샵과 코멕스산업은 포화상태였던 주방생활용품 시장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자 했다. 우선 기존 밀폐용기가 지나치게 기능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 사용하는 가정주부가 보기에 모양새가 신통찮다는 데 주목했다. GS샵은 미국에 있는 글로벌 디자인 회사에 의뢰해 트렌디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뽑아냈다.

 클로켄은 이 단계부터 홈쇼핑 시각이 반영됐다. 화면을 통해 상품을 소개해야 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상품을 만드는데 주력한 것.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식재료를 담는 제품이라면 디자인이 천편일률적인 제품보다 더 예쁜 제품이 잘 팔릴 것이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였다. 덕분에 클로켄은 보관용기로만 쓰이던 투박한 형태에서 벗어나 비로소 그릇다워졌다. 가정주부가 냉장고에서 꺼내 식탁에 바로 내어놓아도 가족들에게 미안하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탄생한 밀폐용기에는 ‘똑똑하고 밝은’이라는 의미의 스웨덴어 ‘클로켄’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붙였다. 코멕스산업은 그 디자인을 넘겨받아 생산을 담당했다. 일반적으로 제조사가 만든 상품을 홈쇼핑에서는 판매만 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코멕스산업의 기술력은 제품 제조공정에서 빛을 발했다. 클로켄은 젖병을 만들 때 사용하는 친환경 신소재 트라이탄(TRITAN)을 사용한다. 트라이탄은 유리용기처럼 투명해 내용물 확인이 쉬운데다 소재가 단단하고 긁힘에 강하다. 즉, 무거운 유리용기의 불편함과 플라스틱 밀폐용기의 환경호르몬 걱정을 해소할 수 있는 것. 게다가 영하 40℃에서 110℃까지 견딜 수 있어 냉동실 보관은 물론이고 전자레인지·식기세척기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 소재로 밀폐용기를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홈쇼핑의 주 시청층인 주부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을만한 제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

 GS샵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디자인TF’를 꾸리고 상품의 기획과 디자인부터 브랜딩과 같은 일련의 마케팅과 판매, 심지어 상품의 홈페이지까지 제작하는 등 그야말로 상품을 만들고 파는 모든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며 “중소 협력업체는 마케팅에 신경 쓰지 않고 상품 생산과 품질 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클로켄의 또 다른 특징은 까다로운 방송심의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홈쇼핑 상품기획자도 일련의 과정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판매방송 중 언급할 수 있는 공인된 기관의 인증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었다. 클로켄은 제품 출시 전 미국 FDA는 물론 캐나다·일본에서 사전 검증 절차를 거쳤다. 임원호 GS샵 전무는 “중소협력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가동 중인 공장을 멈추지 않고 상품을 꾸준히 생산해내는 것”이라면서 “GS샵이 디자인과 마케팅을 도와주고 중소 협력업체들의 기술력이 합쳐진다면 GS샵과 중소협력사가 동반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인터뷰-구자일 코멕스산업 사장

 “주방생활용품 사업만 40년을 했습니다. 오래하다 보니 숲을 못 보고 나무만 보는 우를 범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GS샵과 상생협력은 그 경계를 허무는 ‘발상의 전환’의 계기가 됐습니다.”

 구자일 코멕스산업 사장은 주방생활용품 업계 1세대다. 그는 주방생활용품이라는 개념도 희박할 당시 창업해 장장 40년간 코멕스산업을 이끌었다. 코멕스산업은 식품보관 용기 700여종을 독자 개발하고 특허 150여건, 상표 100여건이 등록되어 있을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

 그간 구 사장은 ‘좋은 제품을 만들면 소비자가 언젠가는 알아준다’는 신념으로 제품 개발에만 몰두했다. 적극적인 마케팅을 꺼렸다. 주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긴 했지만 입소문에만 의존하기엔 기술력이 아까웠다. 제품을 바로 ‘돈’으로 연결시켜줄 요인이 약했던 것.

 “무엇이든 사업을 진행할 때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불씨’가 필요합니다. 우리 디자인실에서 클로켄을 디자인했다면 어땠을까요? GS샵과 미국 디자인회사라는 외부 ‘자극’ 덕분에 신선한 발상이 나오게 된 겁니다. 게다가 마케팅까지 도움을 주니 일석이조 였습니다.”

 클로켄은 세계 3대 용품 박람회 중 하나인 시카고쇼·홍콩쇼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영국·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기장 심미안이 까다롭다는 바이어에게 인정받으며 수십만달러 수출 계약을 완료했다.

 구 사장은 “GS샵 등 국내 홈쇼핑 판매 성공사례가 해외 바이어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며 “GS샵에서 제공받은 방송녹화 테이프와 각종 마케팅 자료를 입점 상담으로 활용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4월 홍콩 박람회까지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한 달에 200만달러 이상 수출은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멕스산업은 고객에 대해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년이든 10년이든 제품을 한 번 구입했다면 시기에 상관없이 제품교환을 해준다. 코멕스산업의 장수 비결인 셈이다. 구 사장은 “고객의 소리를 최전방에서 듣는 유통업체가 상품 기획에 참여하는 것은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상생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요즘 상생이라고 하면 제조사와 부품업체 간의 이야기로만 인식합니다. 하지만 우리처럼 자체 브랜드와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협력할 수 있습니다. 서로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박스> GS샵, 중소협력사 입장의 동반성장 지원책 늘려

 ‘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다.’

 GS샵은 중소 협력업체 입장에서 필요한 동반성장 지원책을 늘려가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에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고 상품을 무조건 많이 팔아주는 것에서 이제는 유통업체가 중소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상품을 만들고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보다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상생모델로 진화하고 있는 것.

 GS샵은 최근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소협력사들의 경우 상품을 잘 만들면 된다는 생각으로 상품의 품질은 뛰어나지만 상품을 어떻게 ‘잘’ 팔지에 대한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디자인이나 마케팅 같은 중소기업이 꼭 필요로 했던 부분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 ‘디자인TF’를 꾸리고 상품의 기획과 디자인부터 브랜딩과 같은 일련의 마케팅과 판매, 심지어 상품의 홈페이지까지 제작하는 등 그야말로 상품을 만들고 파는 모든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는 마케팅에 신경 쓰지 않고 상품 생산과 품질 향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코멕스산업 등이 디자인TF와 파트너십을 통해 동반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중소 협력업체다.

 GS샵은 해외진출 지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9월말, 인도의 홈쇼핑 채널 ‘홈숍18(HomeShop18)’에 ‘해피콜 양면 후라이팬’이 등장했다. 홈숍18은 뉴델리와 뭄바이·하이더라바드·방갈루루 등 주요도시를 비롯 인도 전역에서 1200만 가구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인도 최초의 24시간 홈쇼핑 채널이다.

 여기에 해피콜 상품이 소개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에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GS샵의 역할이 컸다. GS샵은 지난 2009년 11월 ‘홈숍18’에 지분 투자를 통해 3대 주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데, 홈숍18의 상품 카테고리를 다양화하는 과정에서 해피콜 후라이팬을 소개한 것이다.

 이렇게 인도에 소개된 ‘해피콜 다이아몬드 후라이팬’과 ‘해피콜 양면팬’ ‘해피콜 직화오븐’ 등은 지난 9월 30일부터 30분씩 총 6차례 방송을 통해 1차 수출 물량인 1000세트가 모두 판매됐다. 매출은 인도 홈쇼핑 주방용품 평균의 두 배를 상회하는 그야말로 돌풍 수준이다.

 특히, 수입관세, 통관비 등으로 국내 홈쇼핑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10~15% 비쌀 뿐 아니라 홈숍18에서 판매 중인 인도산 프라이팬보다는 2.5~3배나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수출 물량이 모두 동난 것은 이례적이다.

 김병욱 GS샵 상무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인도에서 독자적인 유통망을 갖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만큼 GS샵의 소싱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홈숍18에 소개함으로써 서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었다”면서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인도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소개해 글로벌 상생모델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스> GS샵 상생협력 지원은

 GS샵의 협력업체 중 중소 협력사는 취급액 비중으로 53.8%, 편성비중으로 53.1%(2009년 기준)에 이른다. GS샵 입장에서는 중소 협력사가 가장 큰 고객인 셈. 따라서 GS샵은 우수한 중소기업과 상품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회사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보고 있다.

 GS 측은 협력사를 단순히 상품이나 용역을 제공하는 거래 상대방이 아닌 서로가 서로를 통해 성장, 발전할 수 있는 동반성장 파트너로 설정하고 있다. 또 GS샵은 구호에만 그치는 파트너십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중소협력업체 육성책을 지속적으로 개발 중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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