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LG전자가 지난 하반기 이후 고전한 데는 준비가 늦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앞으로 연구개발·품질·생산과 같은 제조업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LG는 근성을 가지고 독하게 밀어 붙이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며 강하고 빠르며 실행 위주의 조직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제품력’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해 품질을 기반으로 라인업이 대대적으로 바뀔 것임을 시사했다. 하이닉스 인수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구 부회장이 언론과 만나기는 지난해 10월 LG전자 사령탑 부임 후 처음이다. 분야별로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취임 후 근황과 조직 진단
“지난 3개월 업무를 파악하는 데 정신없이 보냈다. 국내 사업장하고 중국 톈진과 멕시코 공장을 둘러 봤다. 제조업 경쟁력은 연구개발과 생산·품질에서 나오는 게 상식이다. 우리는 그게 많이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구 부회장은 “전임 CEO 덕분에 마케팅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다”며 “연구개발과 생산·품질과 같은 기본 경쟁력을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돛단배와 달리 항공모함은 항로를 바꾸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CEO가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모든 게 변하기는 힘들다며 진짜 경쟁력이 발휘할 때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취약한 분야에 대해서는 제품력이라고 힘줘 말했다. 구 부회장은 “제품력은 한 마디로 좋은 제품이다. 경쟁사에 떨어지지 않게 개발하고 남보다 먼저 앞서 일찍 내놓는 게 중요하다. 이걸 빠르게라고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데 결국 빠르게 준비하는 게 경쟁력이다”라고 설명했다.
구 부회장은 이를 위해 올해 슬로건을 ‘패스트(Fast), 스트롱(Strong), 스마트(Smart)’로 확정했다며 “미리 앞서 준비하자는 게 패스트, 스트롱은 강하고 독하게 실행하자는 것이며 일은 지금보다는 좀 더 스마트하게 하자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중점 투자 분야
“직접 와서 보니 해야 할 일이 많다. LG는 크게 전자와 전기 분야로 나뉜다. 전자 분야는 계열사인 디스플레이와 이노텍이 잘하고 있다. 전기 부문은 모터하고 콤프레서가 강점이다. 모터와 콤프레서를 앞으로 더 키우겠다. 제품 경쟁력은 결국 부품에서 나온다. 그나마 홈어플라이언스는 김쌍수 부회장께서 본부장할 때 기술적으로 세계 톱 수준에 올려놓았다. 앞으로 어떻게 비즈니스로 활성화시킬지가 관건이다.”
이어 구 부회장은 “전자 재료 중에서 필름에 관심이 많다”며 전자는 청주에 마그네틱 생산하는 회사가 있으며 LG화학·하우시스 등도 필름 쪽에 상당한 투자를 해 이들과 공동으로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평택에 금형 단지를 조성했듯이 금형 투자도 더 공격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성장 분야와 계획
“G20에서 전시한 전기자동차 모터를 LG전자가 만들었다. 기본 기술력은 갖췄다. 전기로 차를 움직이면 에어콘과 히팅 절전 기술이 무척 중요하다. 그 쪽에서 성장동력을 찾을 계획이다. 수처리 분야도 관심이 있다.” 구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청주 마그네틱 사업부와 LG전자 홈 어플라이언스(HA) 중심으로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LG가 가진 또 하나의 유망 기술이 ‘플라즈마 라이팅’ 이라며 곤지암 스키장이 대낮같이 밝은 이유도 이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와 관련해서는 작년보다는 더 많이 할 계획이며 이는 지난 3년간 평균보다는 월등히 높다고 강조했다. 투자도 앞서 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며 공격 투자에 나서겠음을 시사했다.
◇스마트폰 등 부문 별 경영목표
“스마트폰 숨길 것도 없다.(잘하고 있지 않다.) 사실 휴대폰은 기업(B2B) 비즈니스다. 이 때문에 다른 사업보다 오래 걸린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까지 미리 준비 안한 게 지금 타격이 컸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바이어가 이미 경쟁사 제품으로 서비스를 시작해 틈새시장이 아니면 진입하기가 어렵다. 이어 구 회장은 ”올해 1년 고생해 내년쯤 좋은 제품 나올 것 같다“며 ”휴대폰은 2~3년 보면서 미리 준비하고 개발해야 하며 강하고 독하게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 남다른 야구 사랑과 경영의 관계
구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야구 열성 팬이다. LG 야구단 구단주도 맡고 있으나 LG성적은 6, 7등 수준이다. 구 부회장은 기대에 못 미쳐 우스갯소리로 자기가 뛰고 싶다며 LG전자 임직원은 지시하면 따라오는데 야구선수는 따라오는 게 없어서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정상화를 위한 결정구나 왕도는 없다. 벤치마킹 대상도 의미 없다. 인생은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만 복이 온다. 기본 지키고 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옛날 LG전자는 강하고 독하게 했는데 그 부분이 많이 무너졌으며 품질에서 뒤처진 게 힘든 시기를 보내는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인수합병과 인사 방침
“외부 영입은 없다고 보면 된다. LG전자를 잘 아는 사람은 LG전자 직원이다. 2~3년간은 외부 영입은 확실히 안한다. 비교적 한국계 외국인은 잘 적응한다. 진짜 외국인은 확실히 문화 차이는 있다. 이 부분은 외국 컨설팅사도 마찬가지다. 새 사업 진출한다면 컨설팅해야겠지만 LG전자 직원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필요 없다고 본다.”
구 부회장은 인수합병 관련해서는 “좋은 사업이 있으면 하겠지만 하이닉스는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어 CEO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보다 밑에서 원하는 방향이 훨씬 더 맞을 거 같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덧붙였다. 기업문화 관련해서는 좀 독한 DNA를 심을 생각이라고 힘 줘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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