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15년 만에 내수 시장에서 연간 점유율 30%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차는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48만4천512대를 팔아 전체 내수 판매량 145만7천962대의 33.2%를 차지했다.
기아차는 1999년 현대차에 인수되고 나서 줄곧 내수 점유율 20%대에 머물며 내수의 절반을 차지하던 `절대 강자` 현대차의 짙은 그림자에 묻혀 지내왔다.
1990년대 초반 `프라이드` 돌풍으로 30% 점유율을 수차례 오르내리던 기아차는 1995년 30.4%를 마지막으로 단 한 차례도 30% 고지에 올라서지 못했다.
현대차에 인수된 이듬해인 2000년 28.5%를 기록해 희망이 보이는 듯했지만 2001년 27.0%, 2002년 26.4%, 2003년 23.8%, 2004년 23.0%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2007년 22.3%까지 추락한 기아차는 2008년 `로체 이노베이션` `포르테` `쏘울` 등 기존 기아차와는 전혀 다른 모델을 내놓으면서 점유율 27.4%로 반등을 시작했다.
2006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 현 디자인총괄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디자인 경영의 결실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2009년엔 `K7`과 `쏘렌토R`를 선보여 "기아차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본격적으로 받더니 그해 내수 점유율이 29.6%로 껑충 뛰었다.
급기야 작년에는 "전 세계 어느 차와 견줘도 빠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던 중형 세단 `K5`가 이른바 `디자인 종결자`로 등장하면서 잃어버린 30%대 내수 점유율을 15년 만에 되찾아오기에 이르렀다.
반면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현대차는 작년에 45.2%의 내수 점유율로 여전히 1위 자리를 수성했지만 끔찍한 한 해였다.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가 불과 12%포인트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2000년 16.7% 차이의 점유율을 보였던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후 9년간 단 한 차례도 20%포인트 차 이하를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로 현대차의 독무대였다.
불과 3년 전인 2007년에는 양사 간 점유율 차이가 29.0%포인트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작년 6월에는 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이 36.8%를 기록해 40.3%에 그친 현대차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가 디자인에서 변신한 뒤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어 점유율 격차는 올해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자동차 시장의 내수 점유율 경쟁은 `형님·아우` 사이인 현대·기아차가 주도하는 가운데 르노삼성 10.7%, GM대우 8.6%, 쌍용차 2.2%로 마무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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