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에서 사용자가 얻는 아이템을 돈을 주고 사고파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놓고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음성적인 아이템 거래 시장 규모가 1조원이 넘는데도 관련 기관과 게임기업은 아이템 거래 시장 육성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시장이기 때문에 적법하게 관리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과 양성화하면 발생할 부정적인 효과를 염려하는 주장이 부딪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01년 100억원가량이던 국내 온라인게임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은 올해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커졌다. 2조원 이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아이템 현금거래는 한 게이머가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을 돈을 받고 다른 게이머에게 파는 행위다. 일부 유명 게임에서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은 수백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게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시판에서 `××× 장갑과 칼 ○○○원에 팝니다` `××× 갑옷 구해요`라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게임 아이템 관련 법규가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실정이다. 올해 초 대법원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서 얻은 아이템을 구입한 뒤 되팔아 차익을 내는 것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온라인게임 아이템을 돈을 주고 거래할 수 있는 재화라고 본 셈이다.
하지만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아이템 현금거래 게임에 대한 등급거부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지난 27일 대법원은 온라인게임 아이템 중개 사이트를 유해 매체로 봐야 한다는 판결도 내렸다.
아이템 현금거래가 분명히 존재하는 거대 시장임에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지지 못해 불법도, 합법도 아닌 셈이다.
게임물등급위원회 등 현금거래 반대 의견을 고수하는 측은 아이템 현금거래 부작용을 염려한다.
우선 아이템 거래를 이용한 돈세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기 온라인게임에서 이뤄지는 아이템 거래 규모가 상당히 크고, 현금화도 쉽고 간편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범죄도 발생했다.
최근에는 모 회사 개발자가 자사 서버를 해킹해 아이템 몇십억 원어치를 판매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돈을 벌기 위해 아이템만을 전문적으로 모으는 게이머와 작업장이 나오고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여기에 동원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양성화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는 2005년 `스테이션 익스체인지`라는 이름으로 자사 인기 게임인 `에버퀘스트2` 아이템 현금거래 서비스를 직접 제공했다. 적지만 수익도 얻었다. `스테이션 익스체인지`는 지금까지도 운영된다. 미국 3D 온라인 SNS인 세컨드라이프도 아이템을 직접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매일경제 최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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