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한국 첫 철강회사로 시작한 현대제철에 지난 2010년은 잊지 못할 해다. 2006년 기공식을 가진 후 4년 만인 2010년 1월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 1기 고로를, 같은 해 11월 2기 고로를 가동했다. 현대제철 정보기획팀에도 2010년은 기억될 만하다. 하루하루 살얼음을 밟는 것 같던 백업 작업에서 해방됐기 때문이다.
세계 초우량 철강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안정된 정보시스템 운영과 최신 데이터에 의한 경영지표는 필수다. 하지만 현대제철 정보기획팀은 매일 아침 백업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24시간 운영되는 생산 프로세스에서 아침 경영회의 직전까지 실적 데이터가 집계돼야 했지만 백업 작업 지연으로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러 발생했기 때문이다.
◇24시간 풀가동 생산체제에 백업 속도가 발목=현대제철 일일 업무는 오전 6시에 시작해 익일 오전 6시에 끝난다. 즉 365일 24시간 가동된다. 매일 아침 6시에 전날의 생산, 판매, 재고 등 실적 데이터를 집계하는 마감 작업을 실시한다. 이 작업은 전날 밤 12시부터 시작되는 백업이 오전 6시에 정상적으로 완료돼야 가능하다.
그러나 업무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예정된 시간 안에 백업이 끝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이러면 일일 실적 집계 작업도 함께 지연돼 현업 실무자들이 경영진에게 제출할 일일 보고서를 제때 만들지 못한다. 박정수 현대제철 정보기획팀장은 “8시 출근인 현대제철에서 임원들은 6시 30분이면 출근한다”며 “오전 6시 백업과 실적 집계가 끝나지 않아 IT부서와 현업 실무자들 간에 실랑이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IT관리자도 오전 업무 시간을 핵심 관리 업무 대신 지연된 백업 작업에 쓰곤 했다.
백업 데이터 용량이 크게 늘어나자 주 1회 풀백업에도 장시간이 소요됐고, 백업 용량 대비 부족한 시간 내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 엑셀 파일에 백업 일정표를 만들어 일일이 백업 작업을 점검해야 했다. 또 그룹웨어와 메일서버의 백업 용량과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스템 속도도 느려져 출근 후 이메일부터 체크하는 임직원들이 서비스 속도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백업 데이터의 용량과 백업 속도 두 가지는 비용 문제도 일으켰다. 백업 장비의 추가 증설은 물론이고 백업 소프트웨어(SW)의 용량 기준 라이선스 비용, 유지보수비가 모두 증가했다.
◇백업 전후 중복제거로 성능·비용 동시 만족=백업 작업이 실무에 영향을 미치자 현대제철은 기존 개방선형테이프(LTO) 백업과 백업 SW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데이터 백업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현대제철이 수립한 요건은 백업 성능 외에 △가상화 서버 수용 △백업장비 및 디스크 용량 증설 억제였다. 현대제철은 이런 요건을 만족시키는 EMC의 데이터도메인 VTL과 아바마(Avamar) 백업 SW를 도입하기로 했다.
데이터 중복제거 기능은 백업 후 중복을 제거하는 포스트 프로세싱 방식과, 데이터 중복제거 후 백업하는 인라인 방식 두 종류가 있다. 데이터도메인 VTL은 포스트 프로세싱 방식이며, 아바마는 인라인 방식이다. 두 방식은 백업 성능과 안정성에 각각 경쟁우위가 있는데, 현대제철은 백업 안정성과 성능을 위해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적용하기로 했다.
박정수 팀장은 “공급사에서 데이터 중복제거가 95% 가능하다고 장담했지만 의심쩍어 확약서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EMC의 주장처럼 데이터가 95% 중복제거되지 않는다면 계획한 스토리지 구입량보다 더 많이 구매해야 하고, 그럴 경우 스토리지 무상 제공 등 패널티 조항을 달아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념검증(PoC)에서 시연한 것과 같이 데이터는 95% 중복제거되고 있다.
기존에는 주 1회 풀백업, 즉 3개월에 12회 백업 시 약 200TB를 백업해야 했다. 현재는 백업해야 하는 용량이 10TB로 줄었다. 백업 용량 절감은 당연히 백업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ERP DB 백업의 경우 기존 1.2TB의 용량이 72GB로, 백업 시간은 15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다. 아침마다 살얼음을 밟는 듯했던 실적 집계도 전날 심야 1~2시간 내 백업 완료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됐다.
박정수 팀장은 “다른 회사 중복제거 백업 제품도 검토했지만 가상화 서버 백업은 별도 라이선스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현재 현대제철은 별도 추가 라이선스 없이 가상화 서버 30여 대를 포함해 전체 서버를 백업하고 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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