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란 이후 60년 남북관계 중 가장 어려웠던 한 해가 가고 있다. 새해에는 남북관계가 새로운 비전을 정립하는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북한은 2012년도에 ‘강성대국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일들을 새해에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강성대국의 3대 요소(사상·군사·경제)를 강조해오고 있는데, 이제 한국처럼 우선 순위를 사상과 군사보다 경제에 둬야 한다. 사실 한반도 통일은 북한에 절대적 영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남북 통일은 중국의 전략적 이해와 일치한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그러므로 중국이 동의할 수 있는 동북아 평화와 번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우리는 중국시장 비중이 미국과 일본 시장을 합친 것보다 커진 상황에서, 통일 한국이 중국과 대결적 정책을 편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오히려 통일된 한반도는 중국 동북 3성(랴오닝·지린·헤이룽장)과 몽골, 러시아 극동 지방의 발전을 촉발하고, 광대한 경제교류와 협력 공간을 확보해 지역 국가(중국·한반도·일본·러시아·몽골)에 번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같은 ‘동북아 경제공동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제 표준 대응을 위해 한·중·일 3국이 손을 잡는 것이 한 예가 될 것이다. 앞으로 3국이 힘을 합치면 유럽이 EU로 뭉쳐 공동 대응하는 것처럼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는 동북아 3국 기업의 경쟁력 향상 기회가 될 것이다. 이미 동북아 3국의 교역량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6.8%, 세계 교역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3국의 대외무역 총액 중 역내 무역 비율도 58%에 달한다.
이미 한·중·일은 서로 경쟁자이면서 조력자이기도 하다. 산업경제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은 IT산업이다. 동북아 역내에는 세계를 대표하는 제조기업들이 일본, 한국, 대만, 중국에 몰려 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IT산업 공장과 시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결국 동북아 산업 교류는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지난 8월 한 재미동포가 ‘만능병음자판 입력기’ 개발을 부탁한 적이 있다. 당시 중국 조선족 SW개발 기업가에 이를 소개해줬는데 그는 북한 개발자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한 그 재미동포 사업가는 북한 인력이 우수하고 자질과 업무에 임하는 자세도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IT인력이 2000여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을 동북아 3국이 진행하는 역내 표준화뿐만 아니라 IT부문 공학교육 국제협약체인 서울어코드(Seoul Accord)에 가입시켜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한중을 비롯해 동북아 역내에서는 HW 생산, SW 개발, 표준화, 아웃소싱, 교육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동반자 관계가 확대 될 것이다.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하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위해서라도 한반도의 평화통일 비전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계되는 동북아 국가들과 이해와 인식을 공유하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비전부터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동북아 발전을 위해서라도 IT산업이 해야 할 역할을 신년에는 제시해야 한다. 통일 IT비전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다.
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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