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 동안 전자·정보통신·컴퓨팅 분야를 중심으로 최고경영자에게 새해 경기에 대해 물었다. 조사는 전자신문 전문연구팀인 ETRC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설문에서는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지난해와 새해 전반적인 경기, IT 경기에 대한 견해를 조사했다.
IT 분야 수요에서는 방송·통신, 인터넷·콘텐츠, 컴퓨팅, 전자, 그린IT 등 5개 분야를 분류한 후 다시 분야별로 2∼4개 업종의 경기 전망을 물었다. 이로써 각 분야 경기를 세분화, 산업별 경기전망 예측성을 높여 각 분야 종사자와 정책 입안자가 해당 분야의 전략이나 정책을 펼 때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조사 정밀도를 높였다.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 차세대 성장 분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서는 향후 미래 선도산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경기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6점 척도의 문항을 통해 세밀하고 정밀성을 높인 것도 이번 설문의 특징이다. 일례로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한 질문에 △매우 불황 △약간 불황 △보통 △약간 호황 △매우 호황 △잘 모름이라는 6개의 문항으로 보다 구체적이고 정밀하게 의견을 물었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CEO는 115명이었으며 SW·솔루션 분야의 CEO가 설문에 가장 많이 참여했다. 또 반도체·디스플레이·부품소재, 통신·방송장비, 금융업 등 다양한 분야의 CEO들이 설문에 응했다.
◇CEO, 새해 경기 ‘낙관적’=국내 전자·정보통신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새해 경기가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피력했다. 특히 2분기를 기점으로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새해 전반적인 경기를 묻는 CEO 대상 설문에 39.0%에 해당하는 CEO들은 지난해보다 새해 경기가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34.7%의 CEO도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해 73.7%가 새해 경기가 최소 작년 수준을 유지하리라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CEO는 26.3%에 그쳤다. 이는 새해 상반기 경기가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정부, 경제 전문가 견해와 다소 차이를 나타낸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새해 경제 운용 방향을 내놓으면서 새해 경기가 세계 경기의 ‘상저하고’ 현상으로 다소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소득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경기의 평가에서도 정부와 설문 대상 CEO는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CEO들은 지난해 경기 평가에 대해선 33.9%가 ‘약간 불황’ 또는 ‘매우 불황’이었다고 답했다. ‘호황’ 또는 ‘약간 호황’이라고 답한 22.9%에 비해 11%포인트 가량 수치가 높은 것이다. 이에 비해 정부는 올해 경제 성과에 대해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가계와 고용 등 국민경제의 전반을 바라보고 경제를 운용하는 정부와 해당 산업 분야 기업의 매출이나 순이익 등의 지표를 척도로 하는 기업과 차이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민경제 전반을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 상용직 근로자 비중은 지난 2009년 57.1% 대비 2.7%p 개선된 59.8%로 나타났고 수출 규모도 세계 7위로 부상했다. 경기가 개선된다면 그 시점은 언제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CEO 53.0%가 2분기라고 답했으며 3분기가 34.8%, 4분기가 10.6%로 그 뒤를 이었다.
◇‘국제금융위기 확산’ ‘환율’ 최대 변수=CEO들은 새해 경기의 가장 큰 변수로 국제 금융위기 확산과 환율안정 등을 꼽았다. 새해 경기의 주요 변수를 꼽는 질문에 CEO 26.6%가 국제금융위기 확산을 꼽았고, 26.0%가 환율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14.2%가 국내 정세 불안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수출 비중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그만큼 세계 경제의 흐름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2009년 급격한 환율변동에 따른 키코 등의 파생금융상품 가입으로 큰 피해를 본 경험이 있어 환율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실제 환율은 지난 2009년 2분기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완화되면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등 불안요인이 남아 있어 변수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2분기까지 6000만달러의 국채매입 계획을 밝히고 있어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에 따른 변화가 환율과 원자재 가격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천안함 사태. 북한의 연평도 도발 등 남북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지정학적 불안과 여야 간 대립이 지속됨에 따라 이를 해소하는 것도 새해 경기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IT 분야 호황 ‘기대감’ 높다=CEO들은 새해 IT 분야 경기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새해 IT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전망에 응답률이 무려 54.7%에 달했다.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란 ‘약간 호황’이란 견해가 49.6%로 가장 많았고 ‘매우 호황’도 5.1%로 긍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부정적 견해로 보이는 ‘약간 불황’이란 견해는 13.6%에 불과했다.
특히 이는 새해 전반적인 경기전망에 대해 호황 또는 매우 호황이라고 답한 39.0% 대비 15.7%포인트 높은 비율로 전반적인 경기보다 IT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CEO들이 IT산업에 긍정적인 견해를 내놓은 데는 스마트폰·스마트패드(태블릿PC) 등 새로운 통신 단말, 스마트TV 등의 확대에 따른 신서비스 시장 창출과 이를 통한 SW산업의 활성화가 기대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단말의 확산으로 서비스 시장이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정부 역시 세계 IT 시장 성장률이 3.5%로 전망되지만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등 융합신산업을 중심으로 고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역별로는 세계 2위 IT 소비시장인 유럽이 남유럽 제정위기로 0.1%가량 역신장하는 반면에 중국과 인도는 각각 8.5%, 14,%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IT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린·방송통신·인터넷 분야 ‘호황’ 예측=CEO들은 새해 IT 시장에서 분야별로 경기전망을 묻는 질문에 그린·방송통신·컴퓨팅에 대해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가장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 곳은 그린IT 분야다. 응답자들은 그린IT 분야 경기 전반에 대해 66.6%가 ‘약간 호황(46.4%)’ 또는 ‘매우 호황(20.2%)’이라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그린 IT 분야에 대해 CEO 들이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약간 불황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0%에 그쳤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화를 나눠 질문한 응답에서는 에너지 효율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에너지 효율화는 ‘약간 호황(45.3%)’과 ‘매우 호황(25.6)’으로 답해 70.9%가 호황을 누릴 것이란 견해를 내비쳤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해선 ‘약간 호황(47.1%)’과 ‘매우 호황(20.0%)’이 67.1%를 차지했다. 이는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전력소모를 낮추고 CO2배출을 낮추기 위한 사회·경제 전반의 노력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인터넷 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63.0%로 그린IT 분야의 뒤를 이었다. 분야별로는 게임·콘텐츠가 68.5%, 인터넷 포털이 58.5%로 호황이란 답변이 많았다. 방송통신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 ‘호황’일 것이란 응답이 58.1%로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특히 방송보다 통신 분야에 대해 기대에 찬 전망을 내놨다.
통신 서비스에 대해선 59.2%가 호황이라고 답했고 방송 분야에 대해선 50%가 호황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휴대폰 시장의 큰 폭 성장을 전망했다. 휴대 단말의 시장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78.6%의 응답자가 호황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통신·네트워크 장비에 대해서는 ‘호황’일 것이란 답변은 55.5%에 그쳐 상대적으로 휴대폰의 성장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기기변경이나 신규 구매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내년도 종합편성 방송국이 대거 출현함에 따라 방송장비 신규 수요가 대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방송·통신 장비 시장도 큰 폭 성장이 예측된다.
◇전자·컴퓨팅 상대적 ‘불황’=컴퓨팅 분야는 소프트웨어와 정보보안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CEO들은 내다봤다. 반면에 하드웨어와 시스템 구축(SI)·컨설팅 분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컴퓨팅 분야에 대한 경기전망에 대해 전체적으로 ‘호황’이란 응답률은 41.3%에 불과했다. 불황이란 의견도 18.3%로 나타났다. 분야별로는 정보보안 분야가 60.5%로 긍정적인 답변이 주를 이뤘고 SW·솔루션 역시 44.7%로 긍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하드웨어와 SI·컨설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변이 각각 30.2%, 31.8에 그쳤다. 정부 역시 융합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할 방침이어서 SW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해 향후 시장 성장이 전망된다.
반도체·가전 등 전자산업 분야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이 줄었다. 전자산업이 호황을 보일 것이란 전망은 40.8%에 그쳐 6개 분야 가운데 긍정적인 답변이 가장 적었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소재, 디지털 가전은 성장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을 내비친 것이다. 예측 가능성이 높은 반도체·디스플레이에서는 45.9%가 호황이라고 답했고 가전 분야는 44.1%가 호황일 것으로 답했다. 부정적인 답변도 반도체·디스플레이와 가전에 대해서 각각 12.6%, 16.3%에 달했다.
부품 소재에 대해서는 38.9%의 응답자만이 호황이라고 답변했다. 또 17.6%가 부정적으로 답변해 상대적으로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역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은 선진시장의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고 공급과잉으로 인한 단가하락으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회복 앞당길 정부 역할 기대=전반적으로 새해 경기에 묻는 질문에 CEO들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번 설문이 IT 분야는 물론이고 제조·금융·서비스업을 포함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쌓아온 CEO들의 위기관리 능력과 새로운 산업에 대한 도전의식이 맞물리면서 새해 경기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CEO들은 이번 설문에서 향후 3∼5년 내 우리나라 산업을 이끌 차세대 성장 분야로 IT 전반을 꼽았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축을 이루는 IT산업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성장동력임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향후 IT와 타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우리나라 IT산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3대 품목이 IT수출의 71%를 차지할 만큼 3대 품목 의존도가 높은 데다 규제나 인재 양성면에서 IT융합을 주도할 창의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IT와 타산업 간 융합을 통해 경기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게 할 정부의 경제정책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리=, 김일환 ETRC 책임연구원 ihkim@etnews.co.kr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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