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인식은 신체를 이용해서 개인을 식별하는 분야로, 최근 G20 정상회담을 통해서 알려진 얼굴인식 외에도 지문, 홍채, 서명 등 실로 다양한 방법이 사용 되고 있다. 바이오인식기술은 소지하거나 암기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본인만이 확인이 가능하다는 높은 신뢰성 때문에, 패스워드나 출입카드 등을 대신할 수 있는 안전한 인증 수단으로 주목받아왔다.
외국의 주요 기관들이 보는 바이오인식 산업은 대단히 희망적이다. 특히, 바이오인식 기술을 핵심으로 사용하는 각종 인증, 보안, 감시 산업의 규모는 더욱 크고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인도의 10억 주민 등록 사업, 브라질의 전자투표사업 등 대형 사업이 여러 나라에서 추진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군과 경찰 업무는 물론, 출입국관리, 전자여권, 금융업무, 외국인등록, 주민행정업무 등 많은 국가적 사업이 이미 추진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인식 산업은 주로 벤처 형태의 중소기업들로 구성, 일부 지문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존에 힘들어하는 상태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의 개발은 물론 현재 보유한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도 어려우며, 국·내외적인 시장 흐름이나 표준화 추세에도 어둡다.
일례로 올 초에 조달청에서 추진한 위조지문 방어력을 필수로 하는 보안 토큰 사업에도, 국내 업체들이 준비가 미흡해 뒤늦게 참여함으로써 선점의 좋은 기회를 놓친 바 있다. 또한 국제적인 표준화 흐름에도 우리나라는 대학교수들만이 참여하고 있다. 바이오인식은 외국 기술에만 의지할 수는 없는 국가적인 보안 사업에 소요됨을 생각해 볼 때에 실로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 대학, 연구소 및 정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인식 기술의 신뢰성을 더욱 높이고, 시장에서 요구하는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갖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자체적 혹은 외부를 통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소기업이 경쟁 시대에서 살아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술뿐이다. 또한, 현재의 바이오인식 산업이 갖고 있는 사회적, 제도적 문제점을 파악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국내 바이오인식 산업의 원천 기술은 대부분 대학으로부터 이전 혹은 파급되어 왔다. 따라서, 대학은 현존하는 바이오인식 기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천연구와 새로운 차원의 미래형 신기술에 관한 선행연구를 수행하면서 이를 통한 전문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바이오인식 관련 연구소와 시험기관에서는 산업체에서 향후 요구될 차기 기술 개발의 중심체 역할을 하면서, 표준화, 제품 성능평가 및 인증 등을 위한 기술적, 행정적 주체가 돼야 한다.
가장 직접적이며 절실한 것은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다. 지금 어려운 여건에서도 상당한 국내 기술들이 바이오인식 분야에서 세계적 원천 기술과 응용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이는 과거 바이오인식을 위한 산학연 기술 연구, 시험센터 운영, 표준화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인데, 이러한 지원이 지금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바이오인식과 관련된 여러 국가적 사업에서 이들의 종합적 관리와 국내 기술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최근 여러 부처에서 바이오인식을 활용한 사업이 다양하게 추진하는, 기술 성능, 규격, 호환성, 표준화 등을 일관성 있게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체제가 시급히 갖추어져야 하고, 이러한 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국내에 이미 국제적인 다양한 기술과 인력이 있음을 인식해야한다. 보안과 관련된 각종 법 제도들을 개선해 바이오인식 산업기반을 더욱 확충하여야 한다. 일례로 현재의 전자여권 사업에 지문 정보가 누락된 것은 소지자 신원 파악, 위조 방지 등의 보안성과 자동 출국 등의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길을 막은 것으로, 관련 법 제도의 한계에 기인한 것이다.
바이오인식 산업은 국가적 보안 산업의 핵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지금은 대부분 국가 주도에 의하여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다 집중적이고 적극적인 국가적인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기고: 연세대 전기공학부 김재희 교수(jhki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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