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기획]반도체 · 디스플레이 장비, 새해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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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년에 이르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산업 역사상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전방산업의 활발한 설비 투자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은 장비업체들의 사업 다각화 및 해외 시장 개척 등 뼈를 깎는 변화의 노력이 동반됐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잠깐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 특성상 경기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말 그대로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 되는 것이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국내 대표 장비업체들의 성과와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신사업을 발굴하라=올해 두각을 나타낸 장비업체들은 대부분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 경우가 많았다. 주성엔지니어링이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중국에서 태양전지 장비 대규모 수주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 3분기에는 1532억원의 매출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기 매출은 지난해 전체 매출(1701억원)과 맞먹는 것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회복과 함께 태양전지 장비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은 것이다. 중국 등 해외 수출 비중도 과반에 육박한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우 수직계열화와 폐쇄적인 시장 구조로 신규 진입이 힘들다”며 “하지만 태양전지 장비 시장은 초기 시장으로 기술 역량이 곧바로 사업 실적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축적된 기술로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자동화·물류 장비 전문업체이던 에스에프에이도 올해 대변신에 성공했다. 플라즈마화학증착기(PECVD) 등 디스플레이 전공정 장비 분야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이다. 여기에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의 대규모 수주가 이어지는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해외 수출 비중도 40% 이상에 달한다. 태양광용 스퍼터 등 다양한 제품 개발도 계속해 후공정은 물론이고 전공정 장비를 망라한 종합 장비업체로 진화한다는 목표다.

 배효점 사장은 “장비업체가 전방산업의 사이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년 내 1조원 클럽에 가입할 수 있도록 사업 및 시장 다각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기술 창조를 선도하는 글로벌기업’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CI를 교체하는 등 변신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규모의 경제 구축을 위해 합병을 결정한 원익그룹 계열의 아토와 아이피에스도 시선을 끈다. 두 업체는 지난 11월 합병을 결정했다. 특히 규모의 한계를 해소하고 연구개발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장비업체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합병으로 아토·아이피에스는 반도체 전공정 장비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LCD·태양광 장비 부문도 고루 갖춰 전방산업의 사이클에 영향을 적게 받는 안정성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또 부침이 큰 장비 시장에서 계절 주기에 영향을 덜 받고 안정성을 갖춘 회사가 된다는 전략이다.

 ◇핵심 경쟁력은 연구개발에서 나온다=신사업인 결정형 태양전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디엠에스는 핵심 기술 경쟁력을 꾸준히 축적한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결정형 태양전지 턴키 시스템을 개발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은 물론이고 해외의 유명 태양광 장비업체와 견줘도 손색없는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주력인 디스플레이 세정장비는 물론이고 반도체 및 태양광 장비로 제품군 확대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디엠에스는 디스플레이 장비를 개발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반도체와 태양광 분야 장비에 성공적으로 접목해 새해에도 더욱 안정적인 매출이 기대된다.

 케이씨텍도 20년 넘게 쌓아온 장비 기술력으로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안정적인 고객사를 꾸준히 유지했다. 싱글 타입 반도체용 세정기를 처음 공급하는 등 성과를 통해 올해 역대 최대인 2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탑엔지니어링은 최근 중국 CSOT에 305억원 규모의 액정 디스펜서를 독점 공급하는 등 중화권 매출이 크게 확대됐다. 또 LCD 장비에 이어 OLED 장비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이 업체는 주력인 디스펜서 외에 글라스커팅시스템, 어레이 테스터 등 신사업과 LED 장비 및 부품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종합 장비업체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에스엔유프리시젼도 주력인 LCD에 이어 AM OLED 분야로 사업다각화에 성공해 올해 사상 최대 매출 달성이 확실하다. 내년에는 5.5세대 AM OLED 증착장비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중국 등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올해 1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한미반도체도 주력인 반도체 조립 및 패키징 장비에 이어 태양광과 LED 장비 등 신사업 매출 비중을 30% 이상 끌어올린다는 목표여서 새해가 더욱 기대된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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