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23> 종결자

 매우 우월한 사람, 혹은 그런 존재.

 압도적으로 뛰어난 특성과 자질을 갖고 있어 고만고만한 다른 사람이나 제품 사이의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존재라는 의미다. 특정 단어 뒤에 붙어 해당 분야의 최고라는 뜻을 나타낸다. 김태희는 ‘미모 종결자’, 아이유는 ‘가창력 종결자’, 카라는 ‘남심 흔들기 종결자’ 등의 용례를 들 수 있다. 최근에는 단어 사용의 인플레가 일어나 그냥 ‘좋다’ 정도의 표현이 적당한 경우에도 무분별하게 쓰이고 있다.

 인터넷 유머에도 매우 웃기다는 의미로 주제에 따라 ‘~ 종결자’란 제목을 붙이곤 한다. 패러디 사진에 ‘패러디 종결자’ 등의 제목을 붙이는 식이다. 비슷한 주제의 유머가 시리즈로 이미 나온 경우에 쓰면 더 적절하다.

 이 표현은 특히 최근 3~4개월 동안 인터넷 매체의 기사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일상화됐다. ‘베이글녀 종결자’ ‘과거사진 종결자’ ‘전기장판 종결자’ 등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연예인이나 제품을 마케팅하기 좋은 표현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엔 한 연예인이나 제품이 어떤 이슈를 선점하면 후발 주자들은 ‘미-투’ 상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종결자란 표현을 사용하면 이슈에 편승하면서도 자신이 본래 이슈를 일으킨 연예인이나 제품보다 우월하단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다.

 비슷한 뜻의 단어로 ‘킬러 앱’(killer app) ‘터미네이터’ 등을 들 수 있다. 킬러 앱은 주로 시장을 새로 만들거나 장악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뜻하는 비즈니스 용어고, 터미네이터는 영화 제목으로만 인식된다는 차이가 있다.

 1998년 출간된 판타지 소설 ‘왜란 종결자’에 이미 종결자란 표현이 등장하지만, 본격적으로 인터넷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말부터다. 엔하위키에 따르면, 디씨인사이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갤러리의 한 유저가 ‘~ 종결자’라는 표현이 들어간 글로 게시판을 도배하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엔 ‘내트 페이글의 물고기 종결자’라는 아이템이 있다.

 

 * 생활 속 한 마디

 A: 한세희 기자의 ‘인터넷 이디엄’ 칼럼 재밌지 않냐? 신문 칼럼 종결자야.

 B: 자기가 쓰는 기사에 이런 예문 올리는 기자가 ‘무개념 종결자’ 같은데?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