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가총액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단기 과열 아니냐`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증시 시가총액 비중이 최근 100%를 돌파한 데다 이 지표가 상승하는 속도가 전 세계 주요 증시를 통틀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에 비해 주가 상승이 너무 가파른 것 아니냐는 염려가 나올 법도 하다.
2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05%(1.02포인트) 오른 2038.11로 마감했다. 3년1개월 전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2064.85)는 아직 26포인트가량 남았지만 시가총액은 이미 직전 최고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1133조원, 코스닥까지 합치면 1227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날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118.2%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GDP 대비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2000 고지에 오른 2007년 108%를 기록한 이래 줄곧 100%를 밑돌았다. 이달 들어 코스피가 2000선으로 뛰어오르면서 다시 100%를 회복했고, 현재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6.1%로 예상되는데 코스피는 올해 들어 21% 넘게 급등했기 때문이다. 아직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넘지 못했는데 시가총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올해 대규모 신규 상장과 유상증자가 많았던 덕분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21% 올랐지만 시가총액은 작년 말 887조원에서 1133조원으로 27.7% 상승했다. 약 6.7%에 해당하는 60조원은 대부분 올해 신규 상장 기업 시가총액이다.
라성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팀장은 "올해는 기업인수목적회사를 합쳐 코스피에서 23곳이 신규 상장(IPO)했다"며 "삼성생명(시가총액 20조원) 대한생명(6조5000억원) 등 덩치가 큰 기업이 많아 시가총액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작년에 91.6%였던 GDP 대비 시가총액은 올해 118.2%까지 26.6%포인트 높아졌다. GDP 대비 시가총액이 100%면 자본시장이 경제 규모를 정확히 반영한 것이다. 1980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이래 이 수치는 늘 100%를 밑돌았다.
1980~90년대엔 30%대를 오갔고, 2000년대 초까지도 50~60%대에 머물렀다. 2006년에 80%대를 넘어 2007년 처음으로 100%를 넘겼을 뿐이다. "한국 증시가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저평가됐다"는 논리의 근거가 되는 대표적인 수치였다.
김미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더 이상 한국 주식은 저평가라고 얘기하기 어렵다"며 "GDP 대비 시가총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로서는 단기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저평가 매력으로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주요국과 비교해 보면 GDP 대비 시가총액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나라는 대만 영국 호주 정도에 불과하다. 100%를 넘긴 나라 가운데 인도와 미국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72.5%) 중국(67.1%) 독일(45.3%) 등 유럽과 이머징 국가 대부분이 100%를 밑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GDP 대비 시가총액 지표로 저평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과열 여부를 판단하긴 어렵다"며 "세계 경제 패권이 아시아 신흥국으로 바뀐 상황에선 이 비율이 높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 될 건 없다"고 말했다.
고평가냐 저평가냐를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보면 시가총액 비율이 100%가 안되는 나라 가운데 상당수가 우리나라보다 높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체로 영국 미국 등 자본시장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나라는 비율이 높고, 직접 금융 위주인 독일은 낮다"며 "PER를 보면 아직 10%대로 3년 전 13%에 비해 여전히 낮아 주가가 고평가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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