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반도체 설계 분야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팹리스 기업들의 인력난이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이런 현상은 멀티미디어용 반도체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인력,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멀티미디어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A사는 올 한해에만 연구개발(R&D) 인력이 30명 넘게 회사를 떠났다. 전체 270명 규모인 이 회사 직원의 10%가 넘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 인력 대부분이 삼성전자로 옮긴 것으로 안다”며 “대기업 경력직 채용에 지원해 가는 사례, 스카우트로 가는 경우 등 경로는 다양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멀티미디어 칩 업체인 B사는 올해 초 LG전자와 삼성전자에 항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기업으로 인력 유출이 회사 경영에 타격을 줄 정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카메라폰에 사용되는 이미지처리프로세서 등은 팹리스 기업으로부터 구매했지만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시스템LSI사업부가 개발한 자사 제품을 상당량 사용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시스템IC 사업팀을 운영하면서 최근 칩 개발을 확대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시스템LSI사업부와 미디어솔루션센터를 강화함에 따라 반도체·소프트웨어 인력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멀티미디어용 반도체 팹리스들은 기존 고객사인 국내 세트 회사가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해서 쓰는 추세에 따라 판로는 좁아지고 그 고객사로 인력이 유출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자동차가 전자화되면서 아날로그 반도체 업계에도 자동차 업계의 구애가 본격화되고 있다. 아날로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회사에서 제시하는 연봉이 반도체 업계에서 받는 연봉의 15%를 상회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아날로그 반도체 기업들은 인력 단속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전력관리용 반도체(PMIC) 전문업체 실리콘마이터스 허염 사장은 “우리 회사에도 아날로그 핵심 인력에게 대기업에서 좋은 처우를 약속하는 스카우트 제의가 꾸준히 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전자플랫폼개발팀을 꾸려 지난 2007년부터 반도체 개발을 추진해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국내외 반도체 업체와 협력해 외주를 주는 방법, 직접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는 방법 두 형태를 다 생각한다”며 “어떤 방법이든 반도체 분야 인력은 꾸준히 충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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