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가 이달부터 디자인 정체성을 확실히 살린 제품을 대거 내놓는다. 상반기 이후 주춤했던 제품 라인업을 보강하고 내년 진짜 승부에 나선다.
이재우 아이리버 사장은 “이달부터 MP3플레이어·PMP·전자사전 세 품목에서 이전과 확실히 다르면서 아이리버 정체성을 살린 제품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도 이들 제품을 ‘빅3’ ‘삼총사’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이 아이리버 대표를 맡은 지 이달로 꼭 1년을 맞았다. 이 사장은 “지난 1년은 내년을 위한 준비였다”며 “시장에서 통할만한 제품이 나온 이상 내년은 확실히 올해와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아이리버 대표이자 대주주인 보고펀드의 공동대표다. 아이리버를 인수한 이후 지난해 말 직접 경영에 참여했다. 나락으로 떨어진 ‘아이리버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재우 체제 1년이 지난 지금 아이리버는 확실히 달라졌다. 먼저 경영면에서 이 사장이 내부적으로 욕심을 냈던 흑자는 달성 못했지만 괄목할만한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적자 폭을 세 자리에서 두 자리로 줄였다. 아이리버는 2009년 매출 1441억원에 영업적자가 241억원이었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62억원 적자에 그쳤으며 연말을 감안해도 전년에 비해 적자 폭을 크게 줄일 게 확실시 된다.
1년 동안 공들였던 전자책 단말기 사업도 탄력이 붙었다. 지난달에는 해외 수요가 몰리면서 월 1만대를 넘기는 등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와 합작해 설립한 중국 L&I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글로벌 브랜드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진행 중이다. 이 사장은 “아이패드 등 스마트패드 제품으로 전자책 디바이스가 수세에 몰렸다지만 아이리버에게는 오히려 위기가 아닌 기회”라며 “경쟁업체가 줄면서 훨씬 운신의 폭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800만대 전자책을 판매한 아마존은 ‘아이패드 열풍’이지만 내년 2400만대를 공언할 정도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 사장은 “전자책 디바이스와 아이패드는 분명히 다른 제품”이라며 “반응 속도를 높이고 가격만 적정하다면 최적의 전자 독서단말기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아이리버 내부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매출이 급감하고 제품도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이 사장을 중심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살아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컨설팅업체에 의뢰한 조직진단 결과 CEO에 대한 믿음과 조직 경쟁력이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이 사장은 “아무리 브랜드 파워가 있다지만 연구개발·인력·자본 등 모든 면에서 중소기업이 갖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며 “지난 1년은 현실을 깨닫는 수험료 지불 기간이었다”고 촌평했다. 이어 IT기업은 기술과 시장, 제품 흐름을 제대로 읽는 게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결국 350만 아이리버 고객이 진짜 경쟁력”이라며 “아이리버 색깔을 가진 제품으로 내년 흑자 달성을 이뤄놓겠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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