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된 지 100년 된 둥글넓적한 나노크기의 호박모양 물질을 암 등 모든 질병의 분석과 치료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가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 입증했다.
포스텍 WCU 첨단재료과학부 김기문 교수(지능초분자연구단장), 이돈욱 박사과정, 류성호 교수(분자생명과학부), 포스텍 바이오벤처기업 노바셀테크놀로지(대표 이태훈) 공동연구팀은 속이 빈 호박모양을 하고 있는 화합물 쿠커비투릴(Cucurbituril)을 이용, 세포에서 세포막 단백질만을 분리해내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 온라인판 최신호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그동안 질병 분석을 위해 세포막 단백질을 분리하는데 사용하던 아비딘-바이오틴결합물에 비해 쿠커비투릴이 뛰어난 분석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암 등 질병세포에만 부작용 없이 작용하는 약물 전달체나,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바이오칩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또 크기가 작고 화학적 및 생물학적으로 안정적인 쿠커비투릴 페로센 결합체의 특징으로 인해 향후 생물학 기초연구뿐만 아니라 세포나 조직의 정확한 이미징작업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기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쿠커비투릴 페로센 기반의 결합물이 생물학 기초 연구는 물론 질병 치료와 진단 등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첫 사례”라며 “향후 응용분야를 확대하고 신약 개발 등을 위한 생물학과의 융합연구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질병 분석뿐만 아니라 치료까지 부작용 없이 수행할 수 있어 바이오칩, 신약 등 생명공학 분야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꿀 것”으로 기대했다.
◇용어해설
쿠커비투릴(Cucurbituril)=둥글넓적한 호박 모양을 하고 있어 호박의 학명 ‘쿠커비타세’를 따서 이름 붙여진 화합물이다. 이 물질은 1981년 윌리엄 목 박사가 속이 텅 빈 호박 모양이라는 사실을 처음 밝히며 알려졌다. 물질 내부가 텅 비어 있어 다양한 분자나 이온을 넣을 수 있으며, 위 아래는 다양한 이온을 붙일 수 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