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00만원 가는길 4大 포인트

한국 증시에 삼성전자가 화두다. 90만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꿈의 주가인 100만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쉬운 일은 아니다. 곳곳에 암초가 널려 있다. 삼성전자가 100만원대 주가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다음 네 가지 포인트에 달려 있다.

◆① 코스피 2000과 맞물렸다=삼성전자 100만원, 코스피 2000. 별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던 이 관계는 연말 삼성전자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장중 92만1000원까지 오른 것이 단적인 예다. 이날 삼성전자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자 유가증권시장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를 자극해 코스피를 연중 최고점 가까이 끌어올렸다. 시가총액의 12%를 차지하는 덩치 큰 삼성전자가 들썩이자 코스피도 덩달아 움직인 것이다. 8일 공교롭게도 삼성전자가 힘을 잃자 코스피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이 같은 삼성전자와 코스피의 동조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근 시장의 관심이 삼성전자에 쏠려 있고, 이 분위기가 증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IT주가 부각되는 것도 삼성전자의 영향이 일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달부터 주요 수급 주체들이 왕성하게 사들이는 것도 삼성전자를 포함한 IT주다. 이는 IT업종 지수를 끌어올리면서 전체 지수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100만원을 돌파할지도 관심사지만, 삼성전자가 시장 전체에 미치는 유ㆍ무형의 영향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코스피가 새로운 고지에 올라서면 우리 증시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② 반도체 D램가격 유턴?=올해 삼성전자에 달갑지 않은 상황 중 하나는 이익 기여도가 높은 품목인 D램 가격이 계속 하락 추세였다는 것. 지난 5월 2.72달러였던 D램(1기가) 가격이 11월에는 1.22달러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오면서 D램 시장 사정이 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가격은 바닥에 가까워졌고 내년 수요에 대한 기대감도 있기 때문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바닥을 논하기에는 다소 이르지만 저점 가까이 온 것은 맞다"면서 "내년 2월이면 D램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라 경쟁사들의 좁아진 입지를 주목했다. 이 연구원은 "D램 가격이 하락하는 동안 대만 일본 업체들이 원가 절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익을 맞추려 했지만 실패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대폭 늘었는데 당분간 이 구조는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반도체 분야 회복 조짐과 더불어 반도체의 다른 축인 낸드플래시메모리 분야도 관심거리다. 낸드는 스마트폰 등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디지털 기기에 주로 쓰인다. 송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 전체 이익 비중 중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이 차지하는 부분이 현 20%대에서 내년 30%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현실화한다면 반도체 시장 회복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③ 밸류에이션이냐 수급이냐=삼성전자의 가치평가(밸류에이션)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선전을 기반으로 한 상향 조정론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부문이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내년 1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6개월 예상 주가를 118만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펀드매니저는 "삼성전자가 100만원에 가려면 4개의 주력 매출원 모두가 좋은 실적을 내야 한다"며 "그러나 반도체 경기 악화로 하이닉스의 1분기 적자설이 도는 상황에서 주가 100만원 달성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주가 100만원 돌파는 수급이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급 상황은 부정적이다. 한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기관들은 급하게 삼성전자를 채웠다"고 전했다. 당분간은 매수세가 유입될 여력이 낮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차익 실현 전략이다. 10월부터 차곡차곡 IT를 포트폴리오에 넣어둔 한 연기금의 주식운용본부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95만원에 이르면 삼성전자를 줄일 것"이라며 "더불어 많이 오른 IT를 줄이고 다른 업종으로 갈아타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④ 신성장동력 탑재 효과는=현행 4대 축 체계에서 삼성전자는 업황에 따라 `나막신 장수와 우산 장수`가 되고 있다. 100만원이라는 상징적 고지를 넘기 위해서는 시장이 예상치 못하는 `신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하다. "스토리(기업 사정)가 널리 알려진 종목의 주가는 가파르게 오르기 어려운"(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한계를 넘기 위해서도 신사업이라는 추가 엔진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도 이 부분은 인식하고 있다. 올해 초 사내 기획실을 만들어 관련 물건을 물색 중이다. 인수ㆍ합병(M&A) 카드를 꺼내든 것은 삼성전자 사내에서도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태양광은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중형사 스몰캡팀 팀장은 "삼성석유화학과 삼성정밀화학 중 어느 계열사에서 폴리실리콘을 맡을지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간 계열사 간 분담이 정해지지 않아 태양광 진출이 더뎌졌다"고 말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태양전지 진출은 경쟁사에 비해 2~3년 정도 늦었다"면서도 "태양광 사업이 본격화돼 자본 싸움으로 들어가는 2013년부터는 삼성전자의 저력이 발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메디슨 인수에 참여하는 등의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주목할 만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매일경제 문수인 기자/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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