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이 시장을 만듭니다. 마케팅의 귀재도 좋은 제품이 없으면 시장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강성재 아이큐브 대표는 전형적인 ‘기술 예찬론자’다. 스스로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드는 게 업보라고 말할 정도로 제품 욕심이 남다르다. 강 대표는 “창업 이후 줄곧 남이 하지 않는 시장만 고집했다”며 “이 때문에 이제까지 내놓은 제품 대부분이 ‘1호’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IT업계에서 아이큐브는 기술 기업으로 통한다. 1995년 창업해 벌써 올해로 15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기업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지만 아이큐브가 아직까지 건재한 것은 앞선 기술력 덕분이다. 강 대표 자신도 정통 엔지니어다. 서울대와 카이스트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삼보컴퓨터를 시작으로 트인시스템 개발 이사를 거쳐 아이큐브를 창업했다.
“창업 초기에 대부분 기업이 그렇지만 개발 용역이었습니다. 아이큐브는 대신에 남이 가지 않는 길을 택했습니다. 개발도 까다로울 뿐더러 시간이 필요한 분야였습니다. 방송 솔루션·IPTV·홈 네트워크 등 공공과 기업(B2B) 분야에 집중했습니다. 비록 대박 아이템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기술만큼은 꾸준한 축적이 가능했습니다.”
아이큐브는 실제로 중소기업이지만 디지털 홈 기술만큼은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홈 네트워크 강력한 표준으로 부상한 ‘DLNA’에 관해서는 대기업이 직접 개발과 기술 지원을 요청할 정도다. 이 뿐이 아니다. 안팎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05년 미국 인텔과 일본 소프트뱅크가 직접 투자했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이 직접 회사를 찾아 다른 기업의 부러움을 샀다.
이후 자체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08년 무선 DMB 수신기 겸 충전기를 개발했다. 역시 강 대표 고집대로 세상에 없는 제품이었다. “일본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었습니다. 당시 애플 아이폰이 유행하던 일본은 충전 문제가 소비자의 가장 큰 불만이었습니다. 아이디어 상품 정도로 내놨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점차 해외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DMB 겸용 충전기는 별다른 마케팅이 없이도 일본에서만 10만대가 팔렸다. 당시 제품을 의뢰했던 소프트뱅크 측도 깜짝 놀랄 만한 규모였다. 와이파이 버전은 독일 등 유럽과 남아공과 같은 아프리카로 연이어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2009년 미국 멀티미디어 가전 전시회(CES)에서 주는 기술 혁신상도 수상했다. 내년에는 100만 대를 낙관하고 있다.
강 대표는 최근 와이파이 버전을 기반으로 또 하나의 혁신 제품을 내놨다. 바로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꽂아서 DMB를 수신할 수 있는 ‘티비젠’으로 불리는 DMB 수신기다. 원가 절감과 기술력을 앞세워 가격이 기존 제품에 비해 반값에 불과하다. 앱을 내려받아 그냥 꽂으면 바로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다. 아이큐브는 티비젠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고삐를 더욱 확실하게 쥘 계획이다. 강 대표는 “기술 기업이 실패하는 배경은 대부분 너무 앞서 제품을 내놓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는 3년 앞서 제품을 고민했지만 앞으로는 일주일만 일찍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를 통해 결국 기술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진리를 실현해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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